미제로 끝날 뻔한 13년 전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뒤늦게 밝혀진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경찰관은 당시 범행을 저지른 뒤 철저하게 은폐할 목적으로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없애도록 강요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추가로 드러났다.
12일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민)는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위였던 A(45)씨를 주거침입강간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A씨에겐 건조물침입 혐의만 적용됐다. 그는 지난 5월 영업을 마친 노래방에 몰래 침입해 3시간쯤 머물며 조명을 어지럽히고 비품을 늘어놓는 등 소란을 일으켰다가 체포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뜻밖에도 노래방에 남은 유전자(DNA)가 2011년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했던 성폭행 미제 사건에서 확보된 DNA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끝에 A씨를 검거했다. 더 충격적인 건 A씨가 13년 전 성폭행 범행을 저지를 당시부터 지금까지 쭉 경찰관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경찰은 건조물침입 혐의에 강간 혐의까지 더해 지난달 27일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검찰에 넘겨진 뒤 직위 해제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13년 전 술에 취한 채 길을 걷던 여성을 따라가 성폭행했다. 그리고 범행 후 피해자에게 스스로의 몸을 닦게 하고, 현장 증거물을 모두 가방에 넣은 뒤 피해자 소유의 휴대폰까지 챙겨 도주했다.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들을 어떻게 하면 확실히 인멸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경찰관의 직업적 지식을 철저히 악용한 것이다.
당시 피해자가 범행 당일 바로 신고했지만, 사건은 미제로 종결됐다. 장마로 인해 도주로 부근의 CCTV가 작동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몸에서 나온 범인의 DNA는 기존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측은 A씨에게 여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