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페달 블랙박스 법제화도 해법 아냐"…'급발진 의심 사고' 오해 풀기 나선 자동차 업계

입력
2024.09.13 11:00
자동차협회·수입차협회, 설명회 함께 열어
"급가속 발생하면 브레이크 두 발로 밟아야"


급발진 의심 사고 막겠다며 페달 브레이크를 설치하면 또 다른 사회적 비용과 논란이 커질 겁니다
최영석 교수


최근 국내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자 자동차 업계가 전문가들과 함께 긴급 세미나를 마련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수입차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례에 대한 오해를 풀겠다며 함께 자리를 마련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행사는 서울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행사는 급발진 의심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사고기록장치(EDR)와 자동차 브레이크 시스템 원리, 교통사고 조사 기법과 절차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최영석 원주한라대 교수는 "EDR은 교통사고를 분석하는 주요 도구로서 해외와 국내에서 수만 건 이상의 사고 분석 결과를 통해 그 신뢰성은 검증됐다"며 "최근에는 EDR 데이터 분석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는 기준 개정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또 일부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페달 블랙박스를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2015년에도 EDR을 공개하면 급발진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며 "지금은 EDR 기록이 공개됐지만 이제는 그 기록을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페달 블랙박스가 도입되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불필요한 소송 등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운전자의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개발 혹은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급발진 의심 현상 대부분은 페달 조작 오류


자동차 전문가인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란 주제의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자동차 제동력은 차량 중량과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돼 있다"며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면 자동차는 무조건 속도가 감소하거나 정차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의도치 않은 가속이 일어나면 일반인들도 급발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일부 전문가들이 그런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라며 "사고가 발생하면 일부 인사들이 나서 의심스러운 팩트 하나에만 집착해 급발진 주장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절차'란 주제 발표에서 "급가속 현상은 가속 케이블 고착, 플로어매트 간섭, 엔진오일의 흡기 유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며 "급발진 의심 현상은 대부분 휴먼 에러(Human Error)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자동차 업계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비상 자동제동 장치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속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이미 최근 출시된 소형 전기차에 장착됐고 비상 자동제동 장치의 경우 현재 승용·승합·화물 등 모든 자동차에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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