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의 추석 명절 연휴 시작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속도로 통행료는 면제된다. 면제 기간은 15일 0시부터 18일 밤 12시까지 나흘간이다. 연휴 첫날인 14일은 제외다. 단, 14일 자정 이전에 고속도로에 진입해 15일로 넘어간 이후에 진출한 경우나 18일 자정 전에 진입해 19일로 날이 바뀐 뒤 진출한 경우도 면제 대상이다.
□ 사실 법은 사흘만 통행료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근거법인 유료도로법의 시행령은 명절 당일과 전날, 그리고 다음 날을 콕 집어 명시한다. 다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추가 지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니까 정부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추석 전전날인 15일 하루를 추가해서 통행료 면제기간을 하루 늘린 것이다. 14일까지 닷새로 늘려주는 것까지는 부담스러웠나 보다. 작년 추석 때는 임시공휴일까지 지정되며 연휴가 6일이었지만, 통행료 면제기간은 역시 4일이었다.
□ 통행료 면제가 법제화된 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이었다. 명절마다 고속도로가 ‘저속(低速)도로’가 되는데도 통행료까지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선거 공약으로 면제를 약속했고 당선 후 즉시 실행에 옮겼다. 코로나19 기간 잠시 중단했다가 2022년 추석부터 다시 면제를 이어오는 중이다. 선심은 정부가 쓰지만 부담은 부채가 40조 원에 달하는 한국도로공사 몫이다. 정부가 민자고속도로에는 면제 통행료 전액을 보전해주지만 도로공사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탓이다. 2017년 이후 작년 추석까지 면제된 통행료가 4,800억 원에 달한다.
□ 통행료 면제는 최근 말 많은 더불어민주당의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처럼 보편적 복지 성격이 짙다. 명절 때 사회적 약자가 아닌 대다수 국민에게 통행료 혜택을 주는 게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다.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니, 명절마다 수백억 원의 현금을 고속도로에 흩뿌리는 셈이다. 정작 열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도 심각하다. 이젠 그만할 때도 됐지만, 한번 시작한 포퓰리즘 정책을 되돌리는 건 너무 어렵다. 보편적 복지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정부가 법이 정한 것보다 하루 더 늘려 지원하는 게 그 방증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