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건설이 허가됐다. 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이후 8년 3개월 만에 신규 원전 건설 허가가 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오전 열린 제200회 회의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건설허가를 신청한 지 8년 만이다. 원안위 발표 직후 대통령실은 기다렸다는 듯 "신한울 3·4호기 기초 굴착공사를 내일부터 착수한다"고 밝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은 허가 신청 1년여 뒤인 2017년 문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중단됐다. 이후 윤 정부가 2022년 7월 건설 사업 재개를 의결하면서 원안위의 심사도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정부의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이 승인된 뒤 한수원이 이미 부지 조성을 마쳤다. 한수원은 원자로 건설도 빠른 시일 내에 착공해 신한울 3호기는 2031년, 4호기는 2032년부터 상업운전을 할 계획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전기 출력 1,400메가와트(MW) 용량의 가압경수로형 원전(APR1400)이다. 현재 운영 중인 새울 1·2호기, 신한울 1·2호기와 같은 설계다. 원안위는 이미 운영 중인 APR1400 원전의 심사 경험을 토대로 안전성을 확인했고,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한 데 따른 설계 차이를 중점적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2016년 건설 허가 신청 이후 5년간 사업이 중단된 점을 고려해 기술기준 적용일을 2013년에서 2021년으로 바꿔 안전성을 심사했다는 설명이다.
신한울 3·4호기가 건설되면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의 무탄소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신한울 3·4호기의 설비용량은 2.8기가와트(GW)로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의 약 2%를 차지한다”며 “당장 대체 전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자는 물론 건설 등 관련 산업들이 고루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원전 건설허가는 한두 번 정도 재심의를 하는데, 신한울 3·4호기 건설의 경우 심의·의결 안건으로 상정되자마자 빠르게 허가가 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원자로 유형 APR1000이 APR1400의 설계 용량을 조정한 것인 만큼, 이번 신속한 허가가 국산 원전의 안전성과 운영 인프라를 보증한다는 의미를 해외 시장에 강조하기 위한 거란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형 원전 개발 경험이 있는 이병령 전 원안위 위원은 “체코는 물론 향후 수출 경쟁에서도 안전성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전을 아무리 서둘러 짓는다 해도 지금처럼 송·배전망이 부족하면 원활한 전력 공급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신한울 3·4호기를 짓고 나면 전국에 가동되는 원전이 총 30개가 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원전 밀집 국가가 되는 만큼 안전관리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보고된 월성 4호기 냉각수 누설처럼 안전사고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현재 원전 안전규제 인력 규모는 총 793명으로, 호기당 28.3명꼴이다. 신한울 3·4호기가 추가되면 26.4명으로 줄어 선진국보다 최대 20명이나 적은 상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