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대란 문제를 파고든 12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과 거센 설전을 벌이며 ‘파이터’의 면모를 드러냈다. 의원들의 질문 중간중간에 끼어들어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자리에 앉아 고성을 퍼붓는 의원들을 향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소란이 지속되자 사회를 보던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양측을 제지해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한 총리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도중 “답변 시간을 달라”고 수차례 요구하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설명을 고집스럽게 이어갔다. 남 의원이 “정부는 계속 잘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잘못된 것은 시인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의원님 말씀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라고 맞받아쳤다.
심지어 “의석에 있는 의원님들은 가만히 계세요. 의석에서 질문을 하시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주 부의장이 나서서 “의석에서도 자제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총리께 답변 시간을 충분히 드릴 테니 의원이 말씀하시는 중에 답변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워낙 비합리적인 말씀만 하신다” “너무나 의도를 가진 질문만 하는 것 아니냐.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것 아니냐”며 남 의원의 발언에 계속 날 선 태도를 보였다. 이에 주 부의장은 다시 “정부 측에 답변할 시간을 충분히 드린다. 질의 중에 말씀을 안 섞었으면 한다”며 한 총리의 질주를 말렸다.
그럼에도 남 의원과 한 총리의 공방은 계속됐다. 남 의원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국민께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협조해 달라”고 받아쳤다. 이에 의석에 있는 의원들이 “국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하자 한 총리는 “가짜뉴스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는 국민들에게 사실을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라며 또다시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
한 총리는 의료대란 책임 소재를 묻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 질문에는 "정부도 책임이 있지만 전공의에게 첫 번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백 의원은 "총리께서 그런 태도를 가지고 계신데 누가 들어오겠느냐. 무엇보다 설득해야 할 사람이 전공의인데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하느냐"고 질타했다.
한 총리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등 책임자에 대한 경질 건의 의향을 묻는 질문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왜 자꾸 끌어내리라고 하느냐”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