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2일 "미중갈등 완화를 위해서라도 북한 비핵화에 중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이유에서다. 반 전 총장은 "중국에 '북한이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조언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한중관계에 유익하고 미중갈등을 낮추는 측면에서 좋을 것'이라고 중국 지도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보다나은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북핵 위기와 4강 외교: 4강 외교를 통한 북핵해결'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동맹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한미동맹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력을 발휘해 카멀라 해리스·도널드 트럼프 (후보) 양측과 교류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대북억제 강화를 통한 장기적 비핵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국제학과 교수는 "미국조차 북한 비핵화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한국이 주도적으로 미국이 북핵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패한 협력은 향후 협력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지난 30년간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를 거듭하면서 합의 주기가 더 짧아지고 끝엔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형국으로 갔다"고 지적했다.
국방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의 북한 비핵화 담론은 한미중일러 5개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1대 5의 구도였지만,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가 소극적으로 나서는 1대 2대 3의 구도가 됐다"며 "이를 1대 5 구도로 다시 만들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축사에 나선 조태열 외교장관 역시 "북핵 대응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통해 새로운 협력 모멘텀이 생긴 만큼 중국을 더욱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