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영훈 제주지사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다만 당선무효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벌금형이라 지사직은 유지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오 지사에게 벌금 9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12일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정원태 전 제주도 중앙협력본부장, 김태형 전 대외협력특보, 사단법인 대표 고모씨, 경영컨설팅 법인 대표 이모씨 등도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 지사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인 그해 5월 16일 선거사무소에서 '좋은 기업 유치 업무협약식'을 열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협약식 기획은 이씨가 하고, 고씨가 자신의 법인 자금으로 개최 비용 약 550만 원을 이씨에게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 지사, 정 전 본부장, 김 전 특보에게는 당내 경선에 대비해 지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내 직능·단체에 지지선언을 하게 만든 혐의도 적용됐다. 오 지사가 선거캠프에 지지 선언문 작성자를 지정하고 초안을 만들어 이를 여러 단체를 통해 발표케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1∙2심은 오 지사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다른 법인 자금이 협약식 개최에 쓰였다는 사실을 오 지사가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지역 단체에 대한 지지선언 종용은 선거캠프 실무 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다.
대법원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을 수긍하면서 오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현행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자금 부정수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무효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