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간) 대만 TSMC가 아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인공지능(AI) 칩 생산을 맡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특정 업체를 콕 집어 언급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그룹 주최 콘퍼런스에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 삭스 CEO와 AI 칩 관련 대담을 나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을 비롯한 AI 칩 생산을 파운드리 업계 1위 업체인 TSMC에만 맡기고 있는데, 황 CEO는 그 이유를 묻자 "TSMC가 동종 업계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TSMC의 민첩성과 고객 요구에 대응하는 능력은 놀랍다"면서다.
황 CEO는 이어 "우리는 그들이 훌륭하기 때문에 사용한다"면서도 "그러나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잇는 2위 업체로, 특히 미세 공정이 필요한 최신 칩의 경우 TSMC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TSMC가 삼성전자의 추격에도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애플, 엔비디아 같은 '큰손' 고객들이 일감을 몰아주고 있기 때문인데, 만약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택할 경우 삼성전자는 TSMC와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 다만 황 CEO는 "생산 업체 변화는 자칫 칩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라 설명했다.
황 CEO는 지난달 발표한 5~7월 매출이 시장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이후 주가가 내내 횡보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이날 "(AI 칩) 수요가 너무 많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가 엔비디아에 1달러를 지출하면 고객들에게는 5달러 상당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자사 AI 칩에 대한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른바 'AI 거품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