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두 달여 만에 탄도미사일 동해상 발사...러시아 수출 목적 위력 과시

입력
2024.09.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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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기간 조용하던 북한
73일 만의 탄도미사일 도발

한미연합군사훈련에도 침묵하던 북한이 73일 만에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와 중러 연합해상훈련 개최 직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을 상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수출 목적의 위력 과시 시험일 가능성도 있다.

계룡대· 한미 군산 공군기지 노린 北 단거리 미사일…600㎜ 초대형 방사포 가능성

합동참모본부는 12일 북한이 오전 7시 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수발 발사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36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비행거리를 고려하면 남측 주요 군사시설과 주한 미 제8전투비행단 타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350여㎞, 평양에서 우리 공군의 청주기지와 군산공군기지의 거리는 약 360여㎞다.

우리 군은 발사 미사일을 다연장 로켓포인 600㎜ 초대형 방사포로 보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화성-11가형' 또는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인 '화성-11나형'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수출용 위력 과시 시험? 대선 정국 미국에 존재감 과시?

전문가들은 당초 올여름 한미 합동군사연습 기간 군사도발을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북한 주민뿐 아니라 자강도의 핵심 군사시설에 홍수 피해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최근 종료된 '을지자유의 방패'(UFS)' 연계 쌍룡훈련에 대한 반발 또는 러시아 수출용의 위력 과시 시험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2차적으론 우리에 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있지만, 1차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군사교류에 있어 러시아 수출 모델에 대해 시험해본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봤다. 전날 미국 대선 토론도 있었던 만큼, 북한에 유리한 대미 정치지형 조성 목적의 무력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와 중국이 동해·오호츠크해 등에서 연합 훈련을 진행 중인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이 자체적으로 중러 연합훈련에 가세하는 모양새로 대미 차단 훈련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2022년 9월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해상 연합훈련을 벌일 때 '화성-12형'을 비롯해 초대형 방사포와 전술탄도미사일 등을 대거 동원한 군사훈련을 자체적으로 진행했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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