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도박 문제가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10명 중 1명꼴로 친구나 지인이 도박하는 걸 목격한 적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들은 주로 친구, 지인의 권유로 도박을 시작하는데 도박을 경험한 이들의 70% 이상이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다.
12일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청소년 도박·대리입금 문제 실태 파악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온라인 도박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1.5%(157명)로 나타났다. 친구나 지인이 도박한 것을 목격한 청소년은 10%(1,069명)에 달했다. 청소년 도박 참여비율은 남학생이 86%였고, 중고등학교 때 시작했다는 응답이 72%로 가장 많았다. 가장 자주 하는 온라인 도박 종류는 바카라 등 온라인 불법카지노(55%)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는 3개월간 총 1만685명(남학생 49%, 여학생 51%)이 참여했으며 조·종례시간을 활용해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도박을 해본 이들 중 38%는 '친구, 지인의 권유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친구 등 지인이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30%), 인터넷 도박광고(9%)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도박 자금은 대다수가 용돈이나 부모님의 빚 변제(57%)로 마련했고, 친구나 지인 간 금전거래(6%), 아르바이트 등을 통한 방법(10%)도 있었다. 금품갈취, 중고거래 사기 등 불법적 방식을 썼다(4%)는 응답도 있었다. 도박이 2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박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용돈을 벌기 위해'가 40%로 가장 많았다. 돈을 따는 것에 대한 쾌감(중독)이 18%, 주위 친구들이 다해서(8%)라고 답한 비율도 상당했다. 특히 도박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견은 74%에 달했다. 도박이 채무압박, 부모와의 갈등, 정서적 위축 및 두려움, 학업성적 저하, 형사처벌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리입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청소년은 2.8%로 집계됐다. 대리입금이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행하는 불법 고금리 대출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단기간 소액의 돈을 빌려주고 수고비나 이자 등을 챙기는 방식이다. 청소년들은 주로 지인 권유나 온라인 광고로 대리입금을 접하는데 △지각비, 수고비 등 한도 초과 이자 요구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돈을 못 갚아 폭행, 협박 등 불법 추심을 당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데도 대부분은 불법사금융 신고채널(1332)을 모른다(79%)고 답했다.
경찰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박 및 대리입금의 심각성에 대한 교육과 치유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대리입금에 대한 경찰 신고 등 대응 방법을 교육하고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전문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맞춤형 예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서울시교육청,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유관 기관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