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지진운인가요?"
일본 기상청에 근무하는 아라키 켄타로는 이런 질문이 담긴 구름 사진을 종종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진운은 유사과학일 뿐, 구름은 지진의 전조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명쾌한 설명이다. 이들이 보내온 구름은 대부분 수직으로 상승·하강하는 모양의 비행운(비행기가 하늘을 날아갈 때 생기는 가늘고 긴 꼬리 모양 구름)이거나 물결 형태가 하늘에 넓게 분포한 파도구름일 때가 많다. 일본에서 도시괴담같이 반복되는 '지진운 논란'은 하늘을 관찰해서 재해를 예측하려 했던 오랜 관습에 하늘을 바라보며 경이로움과 설레임, 불안함 등 다양한 감정을 느껴 온 인류의 습성이 맞물린 해프닝일 뿐이다.
아라키는 일본의 유명 '구름 덕후'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배경으로 나오는 새파란 여름 하늘 속 뭉게구름에 홀딱 빠져 구름 연구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수년간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구름 사진을 찍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직접 찍은 구름 사진으로 빼곡하다. 지금까지 찍은 구름 사진만 45만 장이 넘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날씨의 아이'에 기상 감수로 참여하기도 했다. '덕업일치'의 표본으로 현재는 기상청 기상연구소 연구관으로 일하면서 호우와 폭설, 토네이도 같은 기상 재해를 일으키는 구름의 구조와 물리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그의 책 '다 읽은 순간 하늘이 아름답게 보이는 구름 이야기'는 구름을 포함해 하늘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을 2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과학적으로 풀어낸 기상 입문서다.
이 구름 덕후는 일상의 모든 장면에서 기상 현상을 연상한다. 아이스 라테를 마시다가도 적란운의 하강 기류를 관찰하고, 따뜻한 라테를 마시면서는 엘니뇨의 소용돌이 원리를 발견한다. 된장국 위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으로 구름의 생성 원리를 설명하고,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구름인 '용의 둥지'가 기상학적 정황상 '슈퍼셀'로 불리는 거대 적란운임을 밝혀낸다. 비행기 좌석과 시간대에 따라 볼 수 있는 구름의 종류와 하늘의 상태를 줄줄 꿰고 있다.
저자는 "하늘은 언제든 누구든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라는 생각으로 기상학의 대중화를 바란다. 특히 기상학을 배운다는 것은 "하늘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비행운이 기다란 모양으로 오래 유지되면 대기가 매우 습한 상태로, 곧 날씨가 흐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수직으로 길게 발달한 적란운이 나타나면 곧 벼락을 동반한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신기한 구름 모양에 하늘을 한 번쯤 올려다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조선시대 문장가 유한준 선생이 했다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