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미국 걸그룹 '캣츠아이' 한국 왔다..."전 세계 소녀들이 우리 보며 꿈꿀 수 있길"

입력
2024.09.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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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제작한 미국 걸그룹 캣츠아이 한국 찾아 
멤버들, 한국·미국·인도·가나·스위스 등 출신 다양
"다양성, 우리의 힘... 세계 소녀들에 롤모델 됐으면"

“우리처럼 다양한 나라를 대표하면서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걸그룹은 아직 없어요. 이런 점이 새롭고 신선하죠.”

하이브가 미국 게펜 레코즈와 합작해 만든 6인조 걸그룹 캣츠아이의 멤버 마농은 11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캣츠아이의 강점을 이렇게 소개했다. 하이브와 미국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합작사인 하이브 유니버설 소속인 이들은 지난해 서바이벌 오디션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발탁됐으며 지난 6월 싱글 ‘데뷔’로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 시장 데뷔에 이어 곧바로 아시아 프로모션 투어에 나선 캣츠아이는 한국 TV 음악 방송에 출연한 뒤 필리핀, 일본 등을 방문한다. K팝 기반인 아시아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국인 멤버 메건은 “1년 전엔 연습생 신분이었는데 캣츠아이라는 이름으로 무대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한국 데뷔 소감을 전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 더 많은 팬 모을 수 있어"

캣츠아이는 가나인 아버지와 스위스계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마농을 비롯해 어머니가 싱가포르인인 미국인 메건, 인도 출신 미국인 라라, 베네수엘라와 쿠바계 미국인인 다니엘라, 필리핀 국적의 소피아, 한국인 멤버 윤채가 모인 다국적 그룹이다. 막내 윤채는 연습생 생활을 하다 캣츠아이 오디션을 위해 미국으로 갔다. 소피아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 있어서 더 넓은 관객을 포용할 수 있고 많은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점이 다른 K팝 그룹과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문화적 배경도 다르고 17세부터 22세까지 나이도 다른 멤버들은 여느 K팝 그룹들처럼 공동생활을 하며 차이를 맞춰가고 있다. 마농은 “같은 숙소에서 지내면서 하나가 돼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방시혁 의장까지 참여하며 하이브 전폭적 지원

캣츠아이는 미국 시장 확대를 꾀하는 하이브가 심혈을 기울인 그룹이다. 하이브 아메리카가 이타카홀딩스 등 미국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1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으나 지난해 1,4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하며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된 터. 미국에서 하이브가 캣츠아이 홍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다.

하이브 유니버설은 캣츠아이를 알리기 위해 넷플릭스 8부작 다큐멘터리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를 제작했고, 이들은 데뷔앨범을 내기도 전인 지난달 5일 미국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타이틀곡 2곡 중 ‘My Way’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 덕에 지난달 16일 공개된 첫 앨범 ‘SIS(Soft is Strong)’는 빌보드 앨범 차트 119위까지 올랐다. 두 번째 싱글이자 타이틀 곡인 ‘터치’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데뷔 곡의 2배 이상인 1,600만 건을 넘어섰고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에서 126위까지 올랐다. 다니엘라는 “빌보드 차트 진입은 너무 신기하고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글로벌 걸그룹이 목표"



캣츠아이는 K팝 그룹과 미국 팝 그룹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팀으로 이는 장점이자 약점으로 꼽힌다. 엄격한 규율에 따라 멤버들을 통제하고 훈련시키는 K팝 시스템은 음악가의 자율적인 활동에 기반을 두는 미국 음악 산업과 차이가 크다.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에선 K팝 제작 시스템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중도 하차를 결정하는 연습생을 비추기도 한다. 라라는 “엄격한 규율에 따라 훈련하는 걸 배웠고, 우리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캣츠아이의 목표는 ‘세계 1위의 글로벌 걸그룹’이다. 다양한 문화권에 사는 소녀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또한 이들이 이루고 싶은 것이다. “스위스에서 성장했는데 그곳의 연예계에선 저처럼 생긴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늘 '나는 저렇게 될 수 없겠구나' 생각했죠. 전 세계 많은 소녀들이 우리를 볼 때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겁니다. 우리가 그런 소녀들의 롤모델이 됐으면 해요.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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