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 먼 '홍명보호'...낡은 전술이 '진땀승'으로

입력
2024.09.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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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으로 몰릴 뻔했던 홍명보호가 오만전 승리로 기사회생했으나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 만족스러운 공격력이 나오지 않은 데다 위르겐 클린스만 체제에서 봤던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도가 높아서다. 한숨 돌리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오만과 원정경기에서 3-1로 이겼으나 시원한 경기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야말로 '진땀승' '꾸역승'으로 불릴 정도로 힘겹게 승점 3을 따냈다.

'해결사' 손흥민(토트넘)이 없었다면 오만전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이날 2선 공격수로 함께 한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함께 좌초할 뻔한 홍명보호를 구해냈다.

손흥민은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전반 9분 황희찬이 페널티아크에서 넣은 선제골을 도왔고,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울산HD)의 쐐기골에 만드는데 일조했다. 후반 36분엔 상대의 압박 속에 이강인이 패스한 공을 4명의 수비수를 뚫고 결승골을 터뜨렸다. 두 선수 모두 거의 묘기에 가까운 '매직쇼'를 선보였다.


홍 감독은 팔레스타인과 1차전에 비해 전술을 달리했다. 5명을 바꿔 선발 출전시켰고,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을 원톱에 두고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을 2선에 나란히 세워 자유로운 움직임을 줬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1차전에서 축소된 윙어 역할로 자주 상대에 고립돼 활약이 미비했었다. 대신 좌우 풀백인 설영우(즈베즈다)와 이명재(울산HD)를 1차전과 달리 상대 진영까지 파고들어 공격에 치중하도록 했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의 활동 범위가 더 넓어졌고, 상대 수비도 이들의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해 따라다니는데 급급해졌다. 상대 공간이 비워져 우리 선수들이 득점 찬스를 갖게 되고, 그 결과 황희찬의 골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전반 30분 만에 막을 내렸다. 공격진 4명에 풀백 2명 등 6명이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저돌적인 공격을 펼쳤으나 중원이 약해지면서 상대가 오히려 공간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부작용이 나왔다. 이를 대비한 전술이 눈에 띄지 않았다.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박용우(알아인)가 중원을 제어하기엔 힘에 부쳤고, 이날 2장의 옐로카드(이강인, 황인범)도 중원싸움에 빌려 상대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나온 무리한 동작에 의한 거였다.


결국 현대축구가 추구하는 공간 활용 전술이 전무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이상 잉글랜드), 레버쿠젠(독일) 등 뛰어난 팀들을 보면 수비할 때 그라운드에 비어있는 공간이 없을 정도로 짜임새 있게 움직인다.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자신과 동료 사이의 공간을 파악하고, 상대가 그 공간에 침범할 경우 주저없이 공을 탈취해 역습을 시도한다.

하지만 홍명보호에는 낡은 전술로 채워졌다. 후반 공격이 풀리지 않자 풀백이 좌우 측면으로 올라가 크로스에 집중했고, 홍 감독이 울산 재임 시절 고집한 'U자 빌드업'으로 후방에서 공을 돌릴 뿐이었다. 뾰족한 공격은 나오지 않았고, 답답한 플레이가 계속됐다.

세트피스 전술도 숙제로 남았다. 오만전에서 한국은 코너킥 11개, 프리킥 13개를 얻었으나 단 한 개도 득점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첫 번째 프리킥을 동점골로 연결한 오만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아울러 15개의 슈팅(유효슈팅 11개)을 때리고도 단 3골에 그친 건 부족한 전술에서 온 결과로 보인다.

3차 예선 일정은 더 첩첩산중이다. 다음 달 10일과 15일 각각 요르단과 원정, 이라크와 홈경기를 치른다. 요르단은 이날 팔레스타인을 3-1로 제압하며 B조 1위(승점 4)로 올라섰고, 오만을 누른 이라크는 쿠웨이트와 비기면서 조 3위(승점 4)에 자리했다. 득실차로 조 2위인 한국(승점 4)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11월엔 쿠웨이트와 팔레스타인 원정경기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