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롭 바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위원장과 나란히 앉은 자리에서 북한과 밀착 중인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한에 대해선 "공산 독재, 불량 정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우어 위원장도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을 겨냥해 “진정한 우정이나 신뢰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라고 규탄 메시지를 내놓으며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11일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4 서울안보대화(SDD) 본회의 첫 세션에서 바우어 위원장, 빌 블레어 캐나다 국방장관과 ‘역내 전쟁억제와 규칙 기반 질서 수호’를 주제로 대화했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은 국제질서 권위를 무너뜨리고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포기하는 처사”라며 “러시아로부터 받은 기술과 자금으로 북한 핵·미사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고도화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한반도나 미국의 위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사용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도 핵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공동 주최자인 블레어 장관과 함께 르완다, 몽골, 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 장관급 인사 포함 68개국 참가자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러시아 인사를 볼 수는 없었다. 2021년에는 예브게니 일린 당시 러시아 국제협력국 부국장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군비 통제’ 세션의 패널로 참여했으나 2022년부터 주요 인사의 참여는 없었다.
바우어 위원장도 김 장관의 비판에 힘을 실었다.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한국을 넘어 인도·태평양 안보에 위험이 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며 진행하는 북한의 핵실험 등을 규탄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놀라운 모습”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고 전략적 목표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의) 도움이 필요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블레어 장관은 중국의 위협을 추가했다. 그는 “중국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군대를 증가하고, 자국의 목표에 맞게 국제 시스템을 재편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연대와 협력의 힘을 강조하면서 “전날 개최된 한·유엔군사령부 장관회의는 한반도 안정을 위한 가치 공유국 간 공동 노력의 대표적 사례"라며 "나토와 안보협력도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대서양과 한반도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과거 언급한 ‘자유세계 방파제’라는 표현을 꺼내면서 “지금도 대한민국은 자유의 최전선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세력으로부터 자유와 규칙 기반 질서를 지켜내는 방파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