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데이터 '급' 나눠 빗장 푼다…정부, AI·클라우드 장벽 '망분리' 완화

입력
2024.09.11 17:30
'다층보안체계' 도입…공공기관서 AI서비스 쓸 길 열려

석탄이 근대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면 현대 기술산업의 판도는 인공지능(AI)에 달렸다. 그러나 한국은 내부망 체계로 정보를 전면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과의 데이터 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장벽을 깨부수기 위해 정부가 망분리 정책을 완화하고, 새로운 보안 체계인 '다층보안체계'(MLS)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가정보원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사이버안보 행사 '사이버 서밋 코리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정책 구상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PC로 '챗GPT'나 '라마'와 같은 AI챗봇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정부는 먼저 내부망에 저장된 데이터를 군사기밀 문서처럼 1급(기밀)·2급(민감)·3급(공개)으로 나눠 각각 맞는 보안체계를 적용해 기술업체들과 정보 공유를 하기로 했다. 등급별로 차등적인 보안을 통제, 보안성을 확보하면서도 원활한 데이터 공유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밀 정보에는 안보·국방·외교·수사와 관련되거나 국민 생활·생명·안전과 직결된 정보가 해당하고 민감 정보는 개인이나 국가 이익의 침해가 가능한 정보로 규정됐다.

망 분리 규제 완화는 '국가 망보안 정책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의견수렴 및 보완 절차를 거쳐 연내 최종안을 확정한 후 내년 시행할 계획이다. 국정원은 망 체계를 '준비→C/S/O 등급분류→정보서비스 모델링→보안대책 수립→적절성 평가·조정'의 5단계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망 분리를 다층보안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정보 서비스 모델로 △공공데이터의 외부 AI 융합 △인터넷 단말의 업무 효율성 제고 △업무환경에서 생성형 AI 활용 △외부 클라우드 활용 업무협업 체계 △업무 단말의 인터넷 이용 △연구 목적 단말의 신기술 활용 △개발 환경 편의성 향상 △클라우드 기반 통합 문서체계 등 8개 추진 과제를 마련했다.

국내 표준뿐 아니라 국제표준을 따른 암호모듈도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공공암호모듈 검증제도(KCMVP)에 국제표준암호(AES) 활용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암호모듈은 국내에서 개발한 검증 체계만 이용할 수 있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가산업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와 같이 공공데이터가 더 개방되고 쉽게 활용되는 디지털 고속도로의 기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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