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포함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 연휴를 앞두고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값이 7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기름값 하락세는 연휴 기간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추석 연휴 귀성길·귀경길 운전자들의 유류비 부담도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평균 가격은 리터(L)당 1,622.48원, 경유 가격은 L당 1,459.43원이다.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은 7월 다섯째주(1,711.04원) 이후 7주 연속 하락해 8월 둘째주 1,600원대로 내려온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경유 가격 또한 7월 다섯째주 1,550.21원에서 9월 첫째주 1,495.74원으로 10주 만에 1,400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전국에서 기름값이 비싼 서울 지역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은 각각 L당 1,687.05원, 1,545.39원을 기록했다.
국내 기름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국제 유가가 7월 첫주부터 9주 연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7월 첫주 배럴당 86.75달러에서 9월 둘째주 71.8달러로 떨어졌다.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 기준 68.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유가가 60달러대로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원인은 경기 침체 리스크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에 있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가 올해 연간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 주된 이유다. 오펙은 최근 발표한 9월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기존 하루 211만 배럴에서 203만 배럴로 낮춘다"고 밝혔다. 2025년 수요 증가분 전망 또한 하루 178만 배럴에서 174만 배럴로 조정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주춤하면서 석유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상 국제 유가 흐름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데 2, 3주가량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름값 역시 추석 연휴 이후까지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국내 기름값 상승 요인은 적어진 것"이라며 "석유 수급 전망이 개선되기 전까지 유가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