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쌈짓돈 예비비, 내년에 4조8000억 원...올해보다 6,000억 늘려

입력
2024.09.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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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검증 예비비, 투명성 떨어져
대통령실 이전·해외순방에 주로 써 논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축소될 가능성도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예비비로 4조8,000억 원을 편성했다. 정부가 재량껏 쓸 수 있는 쌈짓돈인 만큼 사용내역 공개도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내년 예비비로 올해(4조2,000억 원)보다 6,000억 원(14.3%) 많은 4조8,000억 원을 편성했다. 앞서 2018~2019년 각 3조 원 안팎이던 예비비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5조6,000억 원에 이어 2021년엔 9조7,000억 원까지 급증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2022년 5조5,000억 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4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4,000억 원을 더 줄였다.

예비비는 예산을 꾸릴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이다. 전체 예산의 1% 이내로 편성하는 일반예비비와 전염병·자연재해 등 특정 목적에 사용하는 목적예비비로 구분된다. 그러나 국회 승인을 받고 정해진 곳에만 쓸 수 있는 예산과 달리, 예비비는 일단 쓰고 나서 사후 검증을 받는 구조여서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예비비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집행의 투명성이 떨어지며 자의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예비비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해외순방에 가장 많이 사용, 사실상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의 ‘재정 보완재’로 써 논란이 일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정부가 알아서 잘 쓰겠다고 하는 예비비가 늘어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들다”며 “국회에서 예산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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