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로 플랫폼 기업의 성공 공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플랫폼 기업에 중요한 것은 ‘성장’이었다. 얼마나 빠르게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시장을 확대하느냐에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사무실 공유 업체이자 대형 유니콘 기업 위워크(WeWork)가 2019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이후 위워크가 구조조정에 이어 구제금융까지 받으면서 투자자들은 성장 속도가 아닌 ‘수익 모델’을 투자 전략의 중요한 잣대로 봤다.
불황기에 접어드는 시기, 기업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 비용을 줄여야만 할까.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의 저자로 유명한 비제이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의 분석을 보면 꼭 그렇지 않다. 그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은 논문에서 "구조조정과 근로자 해고는 불황기에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조치"라며 "오히려 투자를 늘리면 경제 회복기에 들어갈 때 기업 경영 성과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플랫폼 기업들은 불황기에 어떻게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을까.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2022년 기존 월 4만9,000원의 서비스 통합 이용료를 3% 정률제 판매 수수료로 바꾸며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2023년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 손자 회사인 한정판 거래 플랫폼 기업 크림도 기존 3% 수준의 수수료를 5%로 인상했다. 더불어 멤버십 인상, 배송비 유료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
쿠팡은 8월부터 기존 회원 기준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높였다. 무신사의 리셀 플랫폼인 솔드아웃은 무료 배송 정책을 없애고 배송료를 부과하고 있다.
불황기에는 투자에도 가뭄이 든다. 그렇다고 소비자 혜택을 줄이면 당장은 견딜지 몰라도 다시 번창하기는 어렵다. 시장에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소비자에게 주던 혜택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작동 가능한 수익 모델을 확고히 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1, 2년 사이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국면에서 배달 플랫폼들이 요금제 변경을 통해 중개 이용료를 조정하고 있다. 이 역시 플랫폼의 선순환을 가져오기 위한 시도다. 양면 시장에서 수수료 인상은 단순히 특정 기업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플랫폼은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투자해서 더 많은 고객이 플랫폼에 꾸준히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 고객을 더 확보할수록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거둔 이익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보듯, 거래량 중심의 성장 일변도 경영은 한계에 다다랐다. 플랫폼 기업들은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소비자의 혜택을 늘려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