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고급 인력, 한국으로 몰려온다

입력
2024.09.13 04:30
27면
인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전문 인력 부족’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인도만은 유독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세계경제에서 ‘전문 인력 수출국’으로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 출신의 인물들이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파라그 아그라왈 X(옛 트위터) CEO, 랙스먼 내러시먼 전 스타벅스 CEO 등은 인도의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우수한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인도공과대학(IIT)과 국립공과대학(NIT)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 교육 기관으로, 첨단 기술과 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중점을 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세계 시장으로 보내고 있다. 인도는 무려 14억 명에 달하는 인재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컴퓨터 과학 및 IT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550만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고급 인력은 매년 약 10%씩 성장하는 인도 기술 산업의 근간을 이룬다.

인도의 인력은 기술 능력뿐만 아니라, 수백 가지 언어와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다양한 배경의 인력이 모인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구성원 간 문화적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소통과 협력에도 유리하다. 팀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능력을 지닌 것이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는 인도인들이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 취업비자 신청자의 대다수가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들의 기술적 자격과 능력을 입증한다. 유엔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국제 이민자 중 인도인이 가장 많으며, 이 중 상당수가 고학력 엔지니어와 컴퓨터 과학자다. 인도의 고급 인력이 미국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인도-미국 간 협상 의제에 취업비자 문제가 오를 정도다.

한국 역시 인도의 인력 잠재력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중소기업의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의 전문 인력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은 이미 제조업은 물론 미래의 먹거리가 될 소프트웨어, 전자, 반도체, IT 비즈니스 등의 유망분야에서도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도의 인력은 이러한 부족함을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이제는 한국 기업이 이런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략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