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임명 자료 제출 거부한 김형석... 당일 '세금'으로 법률자문 맡겼다

입력
2024.09.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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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요구 거부하고 로펌에 법률자문 의뢰
2년간 기념관 법률자문 비용 중 최고인 220만 원 지출
기관장 임명에 관한 법률자문 이례적

역사관 논란 속에 취임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절 전날인 지난달 14일, 자신의 임명 과정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기념관 명의로 법률자문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 경영 등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법률자문을 맡기는 통상의 관례에 비춰 매우 이례적이다. 자신의 거취 문제에 혈세를 투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은 지난달 14일 한 로펌에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자문 내용은 김 관장 임명에 관여한 임원추천위원회 명단과 심사표 등 자료에 대한 국회 제출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료 미제출 시 국회증언감정법,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개인정보보호법에 상충하는지 △미제출 사유가 될 만한 유사 판례가 있는지 △국회 등에서 요구한 자료를 제한하면 발생하는 문제점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법률자문 의뢰 당일, 민주당은 김 관장 임명 관련 자료를 요구하기 위해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항의 방문했다. 정황상 김 관장이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당시 독립기념관을 찾은 민주당 의원들은 임추위원 실명이 담긴 채점표와 심사 회의록 등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이날까지도 민주당에서 요구한 김 관장 임명 자료는 국회에 제출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기념관은 김 관장이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 모두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채점표를 제출했지만, 임추위원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관장 법률자문에 기념관은 220만 원을 지출했다. 최근 2년간 기념관에서 맡긴 법률자문 액수 중 가장 많았다. 로펌 역시 지난 3년간 기념관에서 법률자문을 의뢰한 적 없는 곳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의 법률자문이 통상적으로 기관 사업과 관련한 계약이나 법률 개정, 자산 관리, 기관 내부 감사 또는 징계 과정 등에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관장의 임명 과정에 대한 법률자문을 기관 예산으로 충당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관장은 역사관 논란 속에 광복회와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버텼다. 김 관장의 사퇴 거부로 광복회는 정부와 별도의 기념식을 갖고, 야당 인사들도 광복회 주관 행사에 참여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이인영 의원은 "김 관장에 대한 불공정한 심사 과정과 뉴라이트 논란도 문제인데, 이를 덮기 위해 기관의 예산으로 고비용 법률 자문을 맡긴 것은 꼼수"라며 "다가올 국정감사에서 분명히 따져 물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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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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