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주요국 경찰이 함께 실시 중인 국제 마약 단속 프로젝트의 이름은 바로 'MAYAG'(마약의 로마자 표기)이다. 2026년까지 3년 동안 이어지게 되는 국제사회의 대규모 공조수사에 한국어 단어 이름이 붙은 것은, 그만큼 한국 경찰이 이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 경찰이 주도한 이 '마약 프로젝트'가 1년 만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마약류 4분의 1이 생산되는 골든 트라이앵글(태국·라오스·미얀마 접경지역)에 대한 대규모 작전을 통해, 시가 1조 원이 넘는 합성마약을 최근 압수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7월 22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16일간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을 중심으로 인터폴과 공조 작전을 실시해 29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하고 1조4,000억 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압수한 마약류 중 상당수는 케타민(전신마취제의 일종)으로, 이번 작전을 통해 압수한 케타민만 1.5톤에 달한다.
국내에서의 성과도 있었다. 경찰은 작전 참여국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 태국에서 국내로 마약류를 밀반입하던 주요 피의자를 검거했다. 필로폰 16㎏을 음식 믹서기에 넣어 위장 밀수한 사건에 대해서도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단속의 세부 작전명은 'LION FISH-MAYAG Ⅱ'(라이언피시-마약2)다. 인터폴 펀딩 수사인 'MAYAG'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전이다. 인터폴 펀딩 수사는 회원국 요청에 따라 특정한 분야 범죄 수사에 인터폴의 인적 자원을 투입, 각국 수사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 단속·검거도 하는 일종의 기획수사다.
경찰은 국내 마약 사건이 급증하자 지난해 인터폴에 마약범죄 펀딩 수사를 제안했다. 2026년까지 한국 경찰이 약 17억 원을 대는 계획이다. 올해 2월 중동 지역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 1차 작전에 이어, 이번 작전에선 한국 미국 미얀마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호주 등 7개국이 참여했다.
작전 지역이었던 골든 트라이앵글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마약류 공급처로 악명이 높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골든 트라이앵글 마약 생산 규모는 약 600억 달러(약 77조7,000억 원, 2019년 기준)로 세계 전체 생산량의 4분의 1이 넘는다.
특히 미얀마와 라오스의 접경지역인 샨(Shan)주는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다. 유엔보고서는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으로 미얀마(1,080톤, 2023년 기준)를 콕 집었을 정도다. 미얀마가 생산을 맡고 태국·베트남·라오스의 거대 범죄조직이 구축한 초국경 네트워크를 타고 마약류가 세계 각지로 유통되는 구조다.
경찰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류의 상당수도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은 글로벌 물류 허브인 동시에 한국과도 교역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적발 중량 기준으로 올 상반기 동남아시아 국가발 마약류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찰은 전날 서울에서 열린 국제 마약수사 콘퍼런스(ICON)에서 작전 결과 회의를 진행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의 주요 공급처인 동남아 지역에서의 국제공조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