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외모에 대해 "외계인 같다"고 품평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향해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사과를 요구하며 "민주당 특정인을 '살모사' 같다고 하면 어떻겠냐"고 응수했다. 외모 품평을 비판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결국 자신도 야당 의원의 외모를 혐오스러운 동물에 비유한 셈이다.
서 총장은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진 의장을 향해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할 말과 삼가야 할 말을 구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내가 귀 당(민주당)의 특정인을 지칭하면서 '살모사 같아서 징그럽다'고 하면 어쩌겠는가"라고 말했다.
서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진 의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한 유튜브 방송에서 한 대표의 외모를 품평한 것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면서 나왔다. 앞서 진 의장은 6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에서 출연해 한 대표의 키를 언급하면서 "외계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얼굴 생김이나 표정이 편안하고 자연스럽지 않고 많이 꾸민다는 느낌이 들어 어색하게 느껴지고 징그러웠다"고 했다. 조 대표도 "상세한 논평은 하기 그렇고 한마디 느낌으로 사람이 좀 얇더만요"라고 거들었다.
논란이 커지자 진 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표에게 직접 사과했다. 그는 "외모를 비하하거나 인격을 모독할 생각은 결코 없었다"면서 "극히 개인적인 인상평에 불과한 것이었으나, 과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렸다면 정중하게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22대 국회에선 외모 비하뿐 아니라, 공적 언어라고 보기 어려운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열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옛 소련의 초대 최고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에 비유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강 의원을 향해 "또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담당했던 국민권익위원회 간부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이 같은 막말 정치는 지지층 결집 외에는 긍정적 효과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은 "정치인들이 다른 정치인의 외모를 품평하고 조롱하는 것은 정책 토론의 실종과 팬클럽 정치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우리 편'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지지층이 아닌 유권자들에게는 불쾌감만 주는 말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치인들이 공적 자리에서 이런 말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오랜 기간 사회에서 쌓아온 인권의 기준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이런 논란이 반복될수록 진짜 정치와 정책 토론을 할 시간은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