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에게 이번 추석 연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체코 방문 경제사절단 참여를 앞두고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수주 현안을 놓고 '열공 모드'에 들어갈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한국의 체코 원전 사업 수주 결과가 두산의 미래가 달린 중요 사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뽑힌 주체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제작·공급 업체로 참여할 예정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추석 연휴에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국내에 머물며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인 동생 박지원 부회장과 경제사절단 참여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나란히 18일 시작하는 윤 대통령 순방 때 체코로 향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추석을 앞두고 박 부회장으로부터 체코 경제사절단 참여 계획을 보고받으며 주요 내용을 직접 챙겼다. 박 부회장에게는 같은 회사의 김종두 원자력BG장(부사장), 손승우 파워서비스BG장(부사장) 등이 체코 원전 사업 수주 관련 현안을 수시로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최종 계약 당사자가 된다면 국내 기업 중에서는 두산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 펌프를 포함한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한다. 또 원전에 들어가는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제공한다.
앞서 박 회장은 5월 13일(현지시간) 체코 수도 프라하 조핀 궁전에서 열린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주관하면서 "원전 사업을 수주할 경우 원자로 등 1차 계통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지만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주기기는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할 것"이라며 "체코가 유럽 내 무탄소 발전 전초기지로 떠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두산에너빌리티가 2009년 인수한 체코 현지 법인이다.
당시 두산에너빌리티는 스코다JS 등 현지 발전 설비 기업과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전제로 원전 주기기 및 보조기기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박 회장이나 두산 입장에서는 이번 경제사절단 활동을 통해 이 같은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게 목표다. 박 회장 형제는 한수원이 체코 정부와 최종 계약을 맺는 데 현지에서 우호적 여론이 만들어지게 하려는 한수원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체코 정부가 한수원과 원전 사업 최종 계약을 맺으면 체코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인식이 현지에서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