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 한 기후위기·인구감소 대책 특위... 22대 국회서는 '일하는 특위' 가능할까

입력
2024.09.14 17:10
우원식 의장, '기후국회' 제안에 여야 공감대
역대 국회 기후·인구특위 '업무보고'만 받다 종료
"입법권·예산심사권 부여해야"… 상설화 주장도


"지체 없이 국회 기후특위를 설치합시다. 특위에 법안심사권과 예결산심의권을 부여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 위원회로 만드는 것까지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일 뒤늦게 열린 국회 개원식에서 "22대 국회를 기후국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어 "이미 벌어진 인구 문제는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와 인구감소 문제를 향후 4년간 국회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한 것이다. 이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 기후위기대응특위를 신설하자"고 화답했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기후특위, 인구특위를 설치하고 미래 위기에 주도적으로 대응하자"고 호응했다.

기후와 인구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특위가 꾸려졌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할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국회 특위를 통해 굵직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업무보고 받고 공청회만… 특위 허송세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의 의지가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후와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특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대 국회 당시, 반환점을 돈 2022년 12월에야 두 특위가 꾸려졌고, 첫 회의는 지난해 2월에야 열렸다.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인구특위는 네 차례, 기후특위는 여섯 차례 열렸는데 각 기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데 그쳤다. 인구특위 첫 회의는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하기 위해 열렸고, 이후 세 차례 회의에서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의 업무보고만 받았다. 여섯 차례 회의가 열린 기후특위도 업무보고 외에 탄소규제 대응 방안을 위한 공청회 정도만이 눈에 띌 정도였다. 그나마 민간자문단이 마지막 회의에서 기후특위 상설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입법과제 등의 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낸 것이 소득이다. 19대, 20대 국회도 21대 국회 때와 대동소이했다.


법안심사 역할 주고 '일하는 특위'로

과거 국회에서 무력했던 특위가 22대 국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법안이나 예산 심의권을 부여할 필요성이 거론된다. 22대 국회 들어 제출된 기후특위 구성 촉구 결의안에도 "기후특위에 탄소중립기본법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법 등 관련 법안과 기후대응기금 등의 예결산 심사 권한을 부여하고, 특위 활동기한을 22대 국회의원 임기 말까지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특위에 입법권이 부여됐던 18대 국회에서는 기후변화대책특위에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현 탄소중립기본법)을,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에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성과를 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나 윤리특별위원회 같은 상설 특위나 정식 상임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설 특위나 상임위 전환은 21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운영됐던 민간자문단이 제안했다. 특히 기후는 환경과 에너지, 교통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만큼,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 중심의 상임위 구성이 요구된다.

실제 여성가족위원회는 1994년 여성특별위원회로 출범한 뒤, 여성가족부 신설(2001년)을 계기로 2002년 상설 상임위가 됐다. 정부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담당할 별도의 상임위 구성 가능성도 있다. 우 의장도 "인구 전담부처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서두르고 이를 소관할 국회 위원회 구성도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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