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월급이 200만 시대...반갑지만 서러운 초급 간부들[문지방]

입력
2024.09.16 10:00
2022년 이후 병사 월급 인상률 57.2%→26.9%→19.5%
군인 적용 받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1.7%→ 2.5%→3.0%
병장-하사 역전 지적에, 군 "하사 월급 252만 원, 역전 아냐"
병-간부 임금 격차 근소해 "이럴 바엔 18개월 만" 병 선호 뚜렷
중장기적 간부 수급 안정화 위해선 말뿐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때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2025년부터 병장 월급 200만 원 시대가 열립니다. 국방부가 지난달 27일 확정한 국방예산에 따르면 병장의 월급은 올해보다 25만 원 인상된 150만 원입니다. 계급별로는 이병 75만 원, 일병 90만 원, 상병 120만 원입니다. 여기에 병사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내일준비적금'의 지원금도 15만 원 올라 55만 원이 됩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내일준비적금 가입률은 97.1%, 월평균 1인당 납입액은 39만1,000원(40만 원 한도)이니 병사 대부분 55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 셈입니다. 이들을 다 모아보면, 병장 월급은 최대 205만 원이 되는 것이죠.

병사 월급의 인상 추이를 보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1991년 '병장 월급 1만 원 시대'를 연 지 33년 만에 적금지원금을 포함한 실질 월급이 200배 오른 셈이니까요. 1991년 이후 병장 월급이 10만 원을 돌파하기까지는 20년(2011년 10만3,800원)이, 100만 원에 도달하기까지는 12년(2023년 100만 원)이 걸렸습니다.

내일준비적금에 정부의 매칭 지원금이 도입된 2022년부터만 따져보면, 내일준비적금 월 40만 원 납입 시 병장 월급은 82만7,000원→130만 원→165만 원→205만 원으로 매년 약 40만7,700원씩 올랐습니다. 매년 임금 인상률은 57.2%→26.9%→19.5%입니다.

경제적 자립을 준비해야 할 20대 초반 청년들이 군 복무를 통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병사의 월급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처우 개선이 더딘 초급장교와 부사관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간부들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근거해 월급이 오릅니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022년부터 1.4%→1.7%→ 2.5%→3.0% 수준입니다. 지난해 소위 1호봉은 189만2,400원, 하사 1호봉은 187만7,000원을 월급으로 받았습니다. 여기에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 3%를 반영하면 소위는 194만9,172원, 하사는 193만3,310원이 됩니다. 병장의 실질 월급인 205만 원보다 낮은 셈입니다. 여기에 병사들은 떼지 않는 각종 세금과 보험료까지 반영하면 실수령액은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군 당국은 진화에 나섰습니다. 내년도 병사 월급이 인상되더라도 수당을 포함한 초급간부와의 월급 역전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올해 기준 하사의 월 보수는 기본급 188만 원에 각종 수당을 더해 252만 원 수준이며, 각종 수당을 더 받는 일반 전초(GOP) 근무 하사는 382만 원을 받기 때문에 이미 내년도 병사 월급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간부의 본봉과 수당 등 처우개선에 관해서는 정부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병장 월급이 하사 기본급을 추월했다는 것만으로도 군 안팎엔 적잖은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학군사관후보생(ROTC)으로 장교 임관을 앞두고 있다가 최근 중도 포기한 A씨는 "어차피 장교로 전역한 뒤 취업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차라리 병사로 18개월 복무하고 목돈 모아 나오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군인의 꿈을 접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현역 군의관 B씨는 "요즘 의대생들은 병사 처우가 상당 부분 개선된 이후 굳이 군의관으로 38개월씩 군에 있을 이유를 못 느낀다"며 "의무병으로 짧게 복무하고 목돈까지 모아 나오는 게 여러모로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전했습니다.

또 7년간 해군 부사관으로 일하다 지난해 12월 전역한 C씨는 "동일 호봉 기준으로 군인은 해경이나 소방 공무원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대접을 받는다"며 "병사 월급 인상은 환영할 일이지만 7년차 부사관 월급이 수당 포함 230만 원 수준이었는데 내년 병장 월급이 200만 원을 넘는다고 하니, 어떤 초급 간부가 애정을 갖고 군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해군과 마찬가지로 함정 근무를 하는 해경의 경우 초과근무수당 상한이 없어, 7급 해경 경사의 월급 실수령액은 600만~7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군인의 경우 올해 1월 훈령을 제정해 24시간 경계작전부대 근무 인원에 대해서는 초과근무 인정 시간을 기존 월 57시간에서 100시간으로 확대했습니다.

군은 내년에 간부들의 주거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을 올해보다 49.5% 증가한 7,863억 원 편성했습니다. 또 신규 관사 432세대 전체를 국민평형(전용 85㎡)으로 반영했습니다.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봉급 및 수당 인상보다 불만이 많은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서운한 군심을 달래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응이라면 초급 간부 수급난은 해결될 수 없습니다.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취임사를 통해 장병의 복무 여건 개선을 첫손에 꼽으며, "장병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급여를 비롯한 각종 수당 등 경제적 보상과 의식주를 개선하고, 우선 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럼에도 공무원과 연계된 급여 체계, 경찰·소방·경호·방호·교정 공무원에 적용되는 '현업 공무원'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에 준해 수당을 지급받는 법적 한계를 뛰어넘어 어떤 묘안을 낼 수 있을지 아직은 불투명합니다. 초과 근무 외 당직 수당은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평일 1만 원에서 3만 원으로, 휴일 2만 원에서 6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평일 2만 원, 휴일 4만 원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장관 취임 전부터 자타공인 군 실세로 불렸던 김 장관이 드디어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습니다. 말뿐인 약속으로 흔들리는 군심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것은 김 장관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