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불이 난 경기 김포시 고촌읍의 부품 공장에서 화재 원인 조사 중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의 기폭 장치로 보이는 물체가 발견됐다. 8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창고 옥상 화재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치가 나왔다. 앞서 지난 7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의 주택 옥상과 지난달 경기 파주시 탄현읍 야산에서도 쓰레기 풍선이 떨어지며 불이 난 바 있다. 민간의 실질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향후 대형 화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단 군 당국은 쓰레기 풍선에서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북한이 의도적으로 폭발을 일으킨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풍선과 쓰레기 봉지를 연결하는 끈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발열을 통해서 줄이 끊어지거나 비닐을 태워 쓰레기가 떨어지게 하는 일종의 타이머가 있다. 그런데 타이머가 오작동하거나 불시착하면서 화재로 이어진 것일 뿐 화약 기폭 장치와는 다르다는 게 합참 설명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오물 풍선 도발로 이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작동하거나 불시착해 불이 난 것이라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게 볼 필요도 있다. 발열 장치라고 해도 자칫 큰 산불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작심하고 풍선에 폭발물이나 생화학 무기를 달아 보낸다면 공포감과 피해 규모는 막대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 우연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권 수립(9월 9일) 76주년 연설에서 “강력한 힘이 진정한 평화”라며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핵무력 건설 정책을 관철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핵 미사일을 통한 고강도 도발에 이어 쓰레기 풍선 같은 저급한 공세까지 100일 넘게 이어가고 있는데도 우린 뾰족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으론 풍선을 막을 수 없다는 건 자명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유엔사를 통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엄중 경고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에 적극 나서는 한편 더 이상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물리적 대책도 강구,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