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례적인 9·9절 연설..."강력한 힘이 진정한 평화, 핵무기 기하급수적 확대"

입력
2024.09.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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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앞두고 존재감 키우기" 분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일인 9·9절을 맞아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핵무력 건설 정책을 드틤 없이(흔들림 없이) 관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9·9절 공식 경축식과 금수산궁전 참배에 불참한 대신 이례적으로 연설을 남겼다.

10일 조선중앙통신은 ‘위대한 우리 국가의 융성 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는 제목의 김 위원장 연설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강력한 힘, 이것이 진정한 평화고 우리 국가 발전의 절대적인 담보"라고 전하면서 "핵을 보유한 적국들이 강요하는 그 어떤 위협적 행동에도 철저히 대응할 수 있는 핵 역량을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핵 역량 극대화 야심을 선명하게 펼쳤다. 그는 "명백한 결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 역량과 그를 국가의 안전권을 보장하는 데 임의의 시각에 옳게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더 철저하게 완비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화국의 핵 전투무력은 철통같은 지휘통제 체계 안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설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주로 당 정치국 행사나 당 행사, 최고인민회의 등 정해진 자리에서 연설을 해왔으며, 정권수립일의 경우는 거의 없었다. 11월 예정된 미 대선을 앞둔 존재감 높이기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더불어 지난 8일 김 위원장이 국방공업기업소를 시찰하는 모습과 함께 12축 24륜인 신형 이동식발사대(TEL)를 공개하며 발사대에 싣게 될 미사일과 탄두 크기가 늘어난 점을 강조했다.

'인접국 떠보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연설에서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 적대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 국가는 책임적인 핵 보유국”이라며 “항시 엄중한 핵 위협을 받는 우리가 자기를 지키기 위해 가진 핵무기는 그 누구에게도 위협으로 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핵 보유가 외부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 억제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핵무기 관련 발표 때마다 함께 언급해 온 미국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내지 않은 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정제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또한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적대적 2국가 체제 ‘무시 작전’을 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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