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력 및 세계 평화를 위해 설립된 유엔에 대해 지구촌의 시선이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5월 전 세계 35개국 성인 4만5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유엔에 ‘호감’(Favorable)을 표시한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58%, ‘비호감’(Unfavorable)은 31%였고, ‘모르겠다’ 혹은 ‘답변 거부’는 11%였다.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호의적 답변이 많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국제사회에서 유엔에 대한 기대와 신망이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퓨리서치센터는 “유엔 호감도는 과거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에선 호감도가 지난해 31%에서 21%로 감소했고, 영국에서도 72%에서 62%로 추락하는 등 대부분 국가에서 하향곡선을 그렸다. 한국에서도 80%에서 75%로 소폭 감소했다. 긍정적인 견해가 증가한 곳은 35개국 중 아르헨티나(36%→42%)와 헝가리(50%→65%) 2곳뿐이었다.
유엔에 대한 부정 여론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이스라엘(76%)을 비롯해 튀르키예(60%), 튀니지(59%) 등은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멕시코(36%), 칠레(34%), 아르헨티나(32%) 등 중남미에서도 비교적 높았다.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그리스가 부정 의견(50%)이 긍정 의견(46%)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 성향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유엔에 '긍정적’이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좌파’(Left)라고 밝힌 미국인 응답자는 76%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우파는 31%에 불과했다. 이스라엘 역시 좌파(49%)가 우파(9%)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퓨리서치센터는 “젊을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유엔의 역할에 긍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8~34세의 66%가 유엔에 호의적이었지만, 50세 이상에선 43%에 그쳤다. 독일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은 응답자(75%)가 낮은 응답자(56%)보다 호의적이었다.
유엔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아지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사회의 분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유엔이 무능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제79회 유엔총회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했다. 이후 고위급 회담과 미래 정상회담 등이 9월 말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