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사태가 이어진 반년 동안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 수는 줄었지만, 응급환자 사망률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응급실 환자 내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의료공백 기간(2~7월) 응급환자 수는 342만87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응급실 이용자 수 411만5,967명 대비 17% 감소한 숫자다.
하지만 해당 기간 응급환자 1,000명당 사망률은 6.6명으로 전년 동기 5.7명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응급실 뺑뺑이를 일정 부분 추정할 수 있는 '전원 환자' 비율은 16.5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9명 늘었다. 응급환자는 줄었는데 응급실에서 목숨을 잃거나 병원을 찾아 헤맨 환자 비율은 높아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중증 응급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응급실은 크게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나뉜다. 이 중 권역응급센터는 상태가 심각한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한다.
해당 기간 권역응급센터의 중증 응급환자 1,000명당 전원율은 42.9명으로 전년 동기 35.8명보다 늘었다. 중증 응급환자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1, 2단계에 해당한다. KTAS는 총 5단계로 나뉘는데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진료 순위를 정하는 기준이다. 1, 2단계는 심장마비, 심근경색, 뇌출혈 등 분초를 다투는 중증 환자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인 김 의원은 광역응급센터가 중증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면서 '연쇄적 응급실 과부하' 문제까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증 응급환자 1,000명당 사망률을 1년 전과 비교하면 권역응급센터는 3.9명 감소한 반면 지역응급센터는 1.6명 늘었다. 광역응급센터에서 밀려난 중증환자가 지역응급센터로 몰리면서, 광역응급센터 중증환자 사망률은 줄고 지역응급센터 중증환자 사망률은 늘어난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의료공백 이전부터 응급의료체계는 의료진 부족과 배후진료 차질 등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면서 "응급실 파행을 막기 위해 의료진 및 배후진료 집중 지원 등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