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열 곳 중 다섯 곳에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액 연봉으로 손꼽히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명절 상여금은 인색해 아예 상여금이 없거나 있더라도 연봉 계약에 포함된 금액 또는 복지 포인트만 지급하는 곳이 상당수다.
14일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70곳을 대상으로 한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 조사 결과 "지급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7.7%였다. 사람인이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추석 상여금을 주지 않는 기업의 18.3%는 "지난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답해 한층 어려워진 경영 현실을 보여줬다.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 각종 복지 혜택으로 잘 알려진 IT 대기업도 명절 상여금은 아예 지급하지 않는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로 지난해 추석부터 명절 상여금을 없앴다. 회사 관계자는 "2023년 4월 노사협의회 임금 단체 협상에서 명절 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눠 월급에 포함해 받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의 다른 IT계열사도 마찬가지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이번 추석 상여금으로 기본급의 100%를 받는다. 그러나 이미 명절 상여금이 연봉에 포함돼 있어서 '조삼모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LG 계열사 한 직원은 "평소 월급을 연봉의 12분의 1로 나눠 받는 게 아니라 14분의 1로 나눠 받고 설·추석에 한 달치 월급을 더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계열사마다 명절 상여금 기준이 다르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명절 상여금을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명절 상여금만큼의 복지포인트(350만 원)를 매년 초 한꺼번에 받는다. 올해 추석 상여금으로 화제를 모은 계열사는 단연 SK하이닉스. 최근 올해 임금 단체 협상을 마무리하면서(임금인상률 5.7%) "2분기(4~6월)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여한 구성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2024년 임금 교섭 잠정합의안 설명 자료) 추석 전 35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다. SK하이닉스는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직장인들은 사실상 올 추석 '상여금 잭팟'을 쏘아올린 기업으로 SK하이닉스를 꼽고 있다.
포털사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자사의 머니페이로 추석 상여금을 지급한다. 네이버는 최근 임직원에게 네이버페이 머니 40만 원을 지급했다. 2018년부터 명절 때마다 20만 원 상당의 네이버페이나 백화점상품권, 기프트카드를 직원들이 골라 받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네이버페이로 지급 수단이 '단일화'됐고, 올해 "오른 물가를 반영해"(네이버 직원) 금액을 40만 원으로 올렸다. 카카오는 30만 원을 역시 자사의 페이 머니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