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9일 열린 22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첫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의혹을 두고 맞붙었다.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와 전 사위 취업 특혜 의혹을 겨냥해 '캥거루 게이트'라고 비판했고, 이에 맞선 야당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거론하며 '국정농단'이라고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권성동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또다시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라며 "정치보복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캥거루 게이트'"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 발언을 비틀어 "다혜씨는 '돌 맞은 개구리'가 아니라 '몰염치한 캥거루'"라고 쏘아붙였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야권의 정치보복성 수사라는 주장에 대해 "검찰이 특정인에 대한 또 특정한 정당에 대한 정치보복을 행하는 기관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정조준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김 여사가 중대한 선거 개입을 했고, 이 자체가 국정농단"이라며 “야당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검찰에서는 당장 인지수사를 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37년 만에 개원식에 불참한 지난 2일 김 여사가 만찬에서 생일 꽃다발을 받은 사진을 대통령실이 공개한 것을 두고 "정신 나간 대통령실에서 국민 염장을 지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서영교 의원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녹취록 발언까지 언급하며 "대통령 부인이 주가조작을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야권이 쏘아올린 '계엄' 논란과 관련된 여당 의원·정부 인사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계엄령 괴담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둔갑시키려는 거짓 선동"(권성동 의원) "이 대표 1심 판결이 나올 것을 대비하는 계획"(장동혁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계엄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여당 의원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수차례 "계엄은 생각할 수도 없다" "가짜뉴스의 전형"이라고 답변했다.
의정갈등 문제를 두고 박 의원과 한 총리 간 설전도 이어졌다. 박 의원은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들이 죽어간다"며 "누가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느냐"고 다그쳤다. 이에 한 총리는 "어려운 결정을 안 하셨던 (과거) 정부들에도 책임이 있다"며 "뺑뺑이는 10년 전부터 엄청나게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제발 옛날 '한덕수'로 돌아가라"고 말했고, 한 총리는 "저 안 변했다"고 응수했다. 박 의원과 한 총리는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각각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함께 근무했다. 한 총리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블랙리스트 작성·유포와 관련해 "30명 정도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2대 정기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열린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는 자리를 비운 의원들의 모습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대정부질문을 시작할 때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다수 참석하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도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대정부질문 시작 직후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