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강제동원 당시 구체적 상황이나 행적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어 피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3단독 이서윤 판사는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임모(1912~1978년)씨 유족들이 일본 기업인 안도하자마(구 하자마구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6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 주장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임씨는 1942년부터 1945년 8월까지 일본 미야자키현의 주식회사 하지마 고고타 출장소에 강제 동원됐다. 유족들은 "강제동원으로 가족과 이별했고 신체에 위해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노동에 종사했다"면서 "이런 피고(안도하자마)의 행위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국가기록원이 보존하고 있는 명부로 임씨가 확인된다는 점은 인정했다. 피고 측은 명부상 적혀 있는 이름이나 나이 등이 임씨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부가 작성된 시점이나 상황을 고려해 나이 기재는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명부상 피해자와 임씨는) 동일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씨는 강제징용 후 탄광에서 노동을 강요당해 여생을 분진으로 인한 폐질환으로 고통을 받았다는 자녀의 진술서와 달리 국가기록원 보존 명부에 임씨 직종은 '토공'으로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 측 사업 범위에 광물 채취 사업이 포함되지 않았고, 임씨가 일했던 지역에서 탄광을 운영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임씨가 동원될 당시 구체적인 상황 또는 동원 중 비인간적 대우 등에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2월 피해 확인서를 작성한 자녀 역시 직접 목격자는 아니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