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군인들에게 댓글 조작 활동을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들이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철균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에게 9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기영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정운영을 홍보하는 공직기관으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지위였는데도 기무사의 정치적 중립을 중대하게 훼손할 행동을 요청했다"며 "집권세력의 정권 유지 및 재창출이란 목적하에 정부와 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2011년 7월~2013년 2월 기무사의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무사 내부 댓글 조직인 '스파르타'를 동원해 이 전 대통령과 정부를 지지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도록 하고, 친여권 성향 웹진을 수십 차례 제작해 예비역들에게 전송하도록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법원은 혐의 상당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기무사에 대한 지시가 자신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뉴미디어비서관에겐 적어도 기무사에 업무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은 있었다"고 짚었다.
기무사 부대원들의 정치적 성향 댓글 등의 활동이 자신들 요청으로 인해 이뤄진 게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선 "기무사 부대원들의 진술 내용과 기무사의 지휘체계 등에 비춰보면, 기무사의 이 사건 활동 등은 피고인들의 요청과 기무사 간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이 '일일 사이버 검색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혐의에 대해선 공모자로 지목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비서관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녹취해 청와대에 제공한 부분도 기무사의 업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 판단했다.
이들과 같은 혐의로 앞서 기소된 배 전 사령관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2022년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부임 전부터 범행과 관련된 업무들이 일부 진행된 부분이 있지만, 취임 후 적법성과 정당성에 대한 고민 없이 위법한 지시를 내린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