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대 사학 비리로 설립자 구속된 완산학원, 6년째 정상화 '지지부진'

입력
2024.09.09 17:10
징계자도 직책 맡도록 규정 개정 
논란 일자 기존 규정 유지키로
파면·해임 교사 복직,  과원 문제도
도교육청 "권한 한계, 소통 중"

공금 횡령과 뇌물수수 등 사학비리로 설립자가 구속되고 40명 가까운 교직원이 중징계를 받은 학교법인 전북 전주 완산학원(완산중·완산고교)이 임시 이사가 파견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사회에서 징계자도 직위를 맡을 수 있도록 인사 규칙 개정을 시도한 것을 비롯해 징계 처분을 받았던 교사들이 돌아오면서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9일 전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완산학원 이사회는 지난 7월 '사무직원 인사 규칙'을 개정을 추진했다가 한 달 만에 중단했다. 개정 내용은 △제7조(신규 채용 시험의 방법 등)의 '신규 직원 채용 공개 전형은 서류·필기·면접 등 객관적 평가 방법으로 하며, 그 밖의 사항의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용권자가 정한다'를 '공개 전형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임용권자가 정한다'로 변경하고 △제16조(직위)의 '법인국장, 행정실장은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성폭력·성매매 등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 등이다.

이는 2019년에 파견된 1기 임시 이사들이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인사 규칙을 현 2기 임시 이사회가 규칙 개정을 시도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뽑기 위해 필기 전형을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완산학원 측은 사립학교 특성에 따라 학교법인 고유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강일영 이사장은 "사립학교는 이사회가 최종 결정 기관인데 인사위원회 심의를 받아 결정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 운영상 처벌을 받은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기회를 줄 수 있는 게 필요할 때도 있다"며 "필기 전형을 없애려고 했던 건 비용 감축, 절차 간소화가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완산학원 설립자 A(79)씨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학교 물품 대금 또는 각종 시설 공사 예산을 빼돌려 총 53억 원을 챙긴 혐의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 추징금 34억 219만 원을 확정받았다. 교장·교감 승진 대가로 교사 6명으로부터 총 1억 2,000만 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계 안팎에선 "완산중·고교가 안정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징계 처분을 받은 교사들이 징계 시효 경과 등을 이유로 대거 복직했고, 신구(新舊) 교직원 간 갈등도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산학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지속되다보니 자칫 학사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까 학부모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이 사건과 연루된 중·고교 교직원 39명이 파면·해임 등 징계를 받았다. 완산학원은 교사들이 무더기로 퇴출되자 2020~2022년 완산중·고교에 총 18명의 신규 교사가 임용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민사소송 또는 교원 소청 심사위원회 등에서 승소한 교사 14명이 복직해 학생 수 대비 교사가 많은 과원 교사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완산학원 교사 10여 명은 공립학교 등으로 순회·파견됐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 달리 교사 전보 등 수급 조정이 쉽지 않고, 정상화 과정에서 교육청이 개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하루빨리 안정화될 수 있도록 이사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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