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님도, (배우) 장동건씨도 모두 울면서 무대에 올라갔어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20년 전 나온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오늘 다시 ‘초연’됐다고 제가 말할 정도로 감동적이었어요.”
지난 7일 제천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이동준(57)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얼굴이 슬쩍 붉어졌다. 6일 충북 제천시 제천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필름 콘서트-태극기 휘날리며’를 떠올리면서다. 개봉 20주년을 맞아 최근 디지털로 복원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를 92인조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보는 행사였다. 5일 막을 올린 제20회 제천음악영화제의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따른 행사다. 이 위원장은 “강 감독님이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며 “필름 콘서트는 (영화제가) 계속 이어나갈 형태의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제천음악영화제 지휘봉을 잡았다. 음악가로만 활동해온 그에게 ‘예술행정’은 처음이었다. 그는 서울예술대학 재학 중이던 1989년부터 영화음악을 만들어왔다. ‘은행나무 침대’(1996)와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 ‘7번방의 선물’(2013)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많은 작품들과 함께해왔다. ‘초보 행정가'이기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이 위원장은 “영화제를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이해하고 싶었다”며 “홍보팀이 비올라면 운영팀은 퍼커션, 이런 식으로 접근하려 했으나 제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도 오케스트라처럼 목적성이 뚜렷하나 작품 하나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음악영화제다운 파격”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올해 영화제 개막식에서는 작은 파격을 우선 선보였다. 유명 인사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할 때 록음악을 현장에서 연주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저는 로커처럼 머리를 흔들며 레드카펫을 걸었는데, 음악영화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제 주요 행사장인 제천 시내와 청풍호반이 멀리 떨어져 있는데, 한쪽에서는 첼로를, 한쪽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영상으로 연결하는 식의 새로운 시도를 해봐도 좋을 듯해요.”
영화제를 지휘하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음악가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 드라마 음악 의뢰를 최근 받았고, 연말에는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내년을 목표로 첫 솔로앨범 작업을 병행하고 있기도 하다. “솔로앨범은 평생 꿈꿔왔던 기획이에요.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일렉트릭과 국악 요소가 가미될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