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불법 사금융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탈루세액이 1,500억 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대부업체 추징액이 연간 300억~400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그만큼 불법 사금융 업체의 이자 장사가 심했던 데다, 세금 탈루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9일 국세청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불법 사금융 세무조사를 통해 걷은 추징액은 1,574억 원이다. 지난해 11월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해 올해 2월까지 431억 원을 걷은 데 이어, 2차 조사를 통해 나머지 금액을 추가 징수했다. 세율 10~25%가 적용되는 법인세에다, 신고불성실 가산세(최대 40%)와 세금 납부를 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 부과하는 납부불성실 가산세 등을 종합한 금액이다.
이번 추징 실적은 최근 연간 대부업체 세무조사 추징액보다 4, 5배 많은 규모다. 앞서 2021년과 2022년 국세청은 해당 조사를 통해 각 301억 원, 358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상자 선별부터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 범정부 불법 사금융 척결 태스크포스(TF) 참여기관과 협업한 것이 성과의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344명으로, 세무조사 229명과 자금출처조사 65명, 체납추적 조사 50명이다.
이와 함께 최근 대부업체·저축은행의 신규대출 감소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이 늘면서 악성 탈루도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1~5월까지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상담·신고 건수는 6,232건으로, 2020년(3,200건)을 포함해 최근 5년 같은 기간 중 가장 많다.
박 의원은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처벌도 중요하지만, 불법 사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