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인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연준의 파월 의장은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시기가 도래했다"고 언급, 9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하였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이 이미 6월과 8월 초에 금리를 인하하여 이제 글로벌 시장은 전반적인 통화정책 전환기를 마주하고 있다. 오랜만에 금리인하 도래를 확인한 국제금융시장은 인하 폭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됨에도 불구하고 정책전환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면서 금융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인하 수혜 기대보다 경기침체 리스크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일부 경제지표들의 시장 충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초부터 미국의 실업률, 제조업 지수 등 일부 경기지표의 부진으로 미국의 S&P500 지수 일일 변동폭이 2~3%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등락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여타 글로벌 통화는 강세로 전환되고 있다. 약세를 보였던 일본 엔화와 원화도 9월 6일 현재 7월 말 대비 각각 5.1%와 2.4% 상승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경기전망에 따라 금융시장의 향방이 좌우될 소지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관심 지표 추이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합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경기 전망'이다.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는 상승하지만, 상승세는 계속 낮아지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견조한 소비증가로 연착륙이 기대되고 있으나, 경기침체 우려도 상당하다.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 위험보다 고용 위험이 증가하였다고 하면서 통화정책운용을 고용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했다. 노동시장 급랭 시 상당 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8월 미국 고용지표들이 부진할 경우 9월 FOMC회의에서 경기침체 예방을 위해 정책금리를 50bp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로 시장이 출렁이기도 하였다.
지난 주말 발표된 8월 미국 고용 수준(+14.2만 명)이 시장 기대(+16.5만 명)를 밑돌아, 빅테크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정책금리를 50bp 인하할 정도의 경기부진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여 다음 주 9월 FOMC 회의에서는 25bp 금리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미국 경기하락 속도와 시장의 경기침체 위험인식 수준변화에 따라 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가 간 금리 차이 축소에 따른 국제자금의 급격한 이동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연준과 일본은행이 상반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을 위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다. 양국 간의 금리 차 축소로 8월 초와 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재발 가능성도 있다. 금리하락에 따른 위험선호 분위기 확산 속에서 상대적으로 통화강세가 예상되는 신흥국으로의 글로벌 자본이동 가능성도 잠재적 변동요인이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 속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고금리의 부담에서 서서히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미국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 높은 재정적자 등 통화정책 제약요인으로 과거 같은 초저금리로의 복귀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울러, 경기하락 속도와 AI 반도체 전망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잠복되어 있어 작은 돌발변수에도 시장충격이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여러모로 금리인하기의 시장변동성 리스크에 대한 다각적 접근과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