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첫 정면승부를 벌이는 10월 재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조국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일찌감치 호남에 월세방을 구하며 바닥 민심 다지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텃밭 호남에서 총선에 이어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전망은 엇갈린다. 다만,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야권 내 지각 변동은 불가피할 예정이다.
혁신당이 오는 10·16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는 지역은 △전남 곡성 △전남 영광 △부산 금정구 등 3곳이다. 이 중에서 곡성과 영광만 민주당과의 경쟁을 예고했고, 금정은 민주당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해 양당이 물밑 조율 중인 단계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는 당초 후보를 내는 대신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려 했으나, 부산보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여전히 큰 틀에서 민주당의 '우군'을 자청하는 혁신당의 포지션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지난 총선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전략으로 야권의 압승을 이끌었던 것처럼, 이번 역시 '협력'을 기조로 민주당에 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했다. 조국 대표가 여러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과 협력하겠지만, 이번 선거가 대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진영 내에서 '건강한 경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낮은 호남에서조차 경쟁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자생'을 모색할 길이 전혀 없다는 판단에서다. 혁신당 관계자는 "혁신당은 계속 대중정당의 길을 가야 하고, 그 첫 길목에 재보궐선거가 있다고 강조해왔다"는 조 대표의 말을 전했다. 조 대표가 먼저 당에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을 합성한 '코피티션(coopetition)'을 이번 선거 전략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할 정도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야권 지형에서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 조직력이 부재한 신생정당인 혁신당으로선 민주당에 위기감을 줄 만한 '의미 있는 수준의 득표'만 하더라도 민주당보다 유리한 지형이다. 당내에서도 1명이라도 당선자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보다 민주당과 근접한 수치를 내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유다. 물론, 이마저도 실패할 경우 혁신당으로선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공산이 크다.
민주당 역시 재보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혁신당이 호남 유권자들의 불만을 파고든다면, 과거 '안철수 바람'처럼 민주당의 아성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혁신당은 지난 총선 당시 호남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비례대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에서 민주당의 지지와 투표율이 모두 빠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혁신당이 호남에서 경쟁력을 보인다면 민주당에 상당한 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대선 전 두 당의 합당을 염두에 두고 부산 선거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이 취약한 영남에서 혁신당이 유의미한 득표를 거둔 뒤 단일화를 한다면, 향후 합당 과정에서 상당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부산 금정은 민주당에서도 단일화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질 확률이 높은 지역"이라며 "민주당에 불만이 높은 부산 민심 흡수가 향후 혁신당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