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심위 '설계자' "수심위, 세금 쓰지 말고 폐지하는 게 낫다"

입력
2024.09.09 10:30
수심위 제도 설계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
'김건희 명품가방' 사건 수심위 절차 비판
"누가 심의했는지, 찬반 결과도 공개 안 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검찰에 불기소를 권고한 가운데, 수심위 제도 설계 과정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수심위 논의 과정과 절차가 불투명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박 변호사는 "이럴 거면 수심위는 폐지하는 게 낫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변호사는 수심위 결론이 나온 이튿날인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심의위원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고, 회의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에 대한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았으며, 의결 결과 찬반이 몇 명이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수사팀과 변호인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심의해 불기소처분으로 의결했다'는 결론만 공개한, 이런 지식인들(전문가)의 논의 결과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 변호사는 2018년 검찰 개혁 일환으로 도입된 수사심의위원회 제도 설계 당시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과 동일한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 결론보다는 절차의 정당성을 주로 비판했다. 특히 6일 열린 수심위에는 이미 수사 결론을 낸 수사팀과 김 여사 측 변호인만 참석했고, 명품가방을 건넨 최 목사는 의견서만 제출한 점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최 목사 측이 의견서를 통해 검찰의 논리를 얼마나 정교하게 반박했는지도 의문인, 즉 한쪽(검찰) 정보가 우위인 상황에서, 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이 수사팀과 김 여사 변호인의 논리를 넘어서는 판단을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록에 대한 공정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종합적 고려'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예 수심위 제도를 폐지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 변호사는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수심위 도입을 논의할 때, 이렇게 형식적으로 운영될 것을 예정하지 않았다"면서 "'신뢰회복'을 위해 도입한 제도의 운영을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제도의 취지와 논의 결과의 권위를 말할 수 없다. 계속 이렇게 운영하는 것보다 더 이상 세금 쓰지 말고 폐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심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위원장이 약 250명의 외부 전문가 중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을 선정한다. 앞서 수심위는 6일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디올 가방과 샤넬 화장품 등을 수수한 사건과 관련해 거론된 6개 혐의 모두에 대해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고 의결·권고했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