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 환경 논란이 재점화됐다. 조선일보가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환경부 용역 보고서를 인용해 종이 빨대가 유해 물질 배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김 의원은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유도하는 정책이 전형적인 그린워싱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일회용 빨대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종이 빨대도 일회용품이기 때문에 사용량을 당연히 줄여야 한다. 그 점은 동의한다. 애초 환경부 규제에서 매장 내 종이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종이 빨대 유료화 등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규제의 미비인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신문과 여당에서 종이 빨대를 공격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모든 일회용 빨대는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플라스틱을 규제하고 종이로 대체하는 것이 그린워싱이라고 판단했다면 플라스틱 컵 사용은 금지하고 종이컵 사용은 풀어 준 환경부 정책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비판하는 게 맞다. 자원의 소비량으로 따진다면 빨대보다 컵이 훨씬 더 심각하다. 전반적인 일회용품 규제 완화의 정책 기조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재질과 관계없이 일회용 빨대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정말 환경에 더 유해한 것일까? 환경부가 연구 용역을 통해서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것일까? 올해 3월 나온 환경부의 '품목별 1회용품 사용량 현황 분석 및 통계관리 대상 1회용품 범위 선정' 보고서에 해당 내용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2022년 발표된 해외 논문의 내용을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별도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해당 논문은 미국을 사례로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 그 결과를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 것인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일례로 빨대의 생산부터 카페까지 이동 거리를 1,000㎞로 잡았는데 국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무겁기 때문에 이동거리를 길게 잡으면 종이 빨대에 불리하다. 종이 원료 1㎏을 생산할 때 약 2.8㎏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계산하고 있으나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약 1.2㎏이 배출된다고 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계수를 적용하면 종이 빨대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배출량은 플라스틱 빨대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종이 빨대 코팅의 유해성 논란도 선동에 가깝다. 국내 생산 종이 빨대는 논란이 되는 유해 물질 검출이 되지 않고 비닐 코팅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성과 생분해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종이 빨대를 싸잡아 비난할 게 아니라 유해성 있는 해외 종이 빨대 수입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재질과 관계없이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은 금지하되 빨대와 봉투에 한해 종이 빨대 및 봉투를 허용한 것이 원래의 규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종이와 플라스틱 용기는 금지, 일회용 컵은 종이는 허용, 플라스틱은 금지, 빨대는 재질과 관계없이 모두 허용으로 바뀌면서 규제의 일관성이 망가졌다. 원래의 규제로 복귀하되, 종이 빨대의 남용도 제한하는 보완을 하는 것이 논란을 잠재우는 근본적 조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