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반이스라엘 동맹’ 결성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 발포로 튀르키예 출신 미국 국적자가 사망한 사태의 후폭풍이다. 이에 더해 서안지구·요르단 유일 국경 지역에서 이스라엘 민간인 3명이 총격으로 숨진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중동 확전 우려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학교협회 행사에 참석해 “이스라엘의 오만과 도적질, 국가 테러를 막을 방법은 이슬람권 국가들의 동맹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팽창주의가 레바논과 시리아도 위협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집트·시리아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튀르키예의 노력은 이스라엘의 팽창주의 위협에 맞서는 연대전선 구축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튀르키예계 미국 시민권자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26)가 서안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총격에 사망한 이튿날인 7일 나왔다. 에이기는 지난 6일 서안 베이타 마을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미국 백안관은 이와 관련, “충격을 받았다”며 총격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이스라엘 정부에 요구했다.
서안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IDF가 ‘테러 기반 파괴’ 명목으로 지상군을 투입,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이면서 무력 충돌이 잦아졌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 사상자가 속출했는데, 8일에는 서안지구와 요르단 국경에서 이스라엘 민간인 3명이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IDF는 ‘테러리스트’가 알렌비 다리 교차로에 접근해 트럭에서 내린 뒤 권총으로 보안군을 향해 총격을 가해 교전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총격범은 사살됐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이후 알렌비 다리를 폐쇄했다. 이곳에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과 요르단 사이 유일한 국경검문소가 있다.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 간 접경지인 ‘필라델피 회랑’에도 IDF가 주둔 중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의 모든 국경이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등 친이란 세력이 요르단을 거쳐 서안에 무기를 공급하며 폭력을 조장한다고 주장해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비열한 테러리스트가 우리 시민 3명을 무참히 살해했다”며 “우리는 ‘악의 축’ 이란이 주도하는 살인적 이데올로기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