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불러낸 '공판 전 증인신문'... "수사권 남용" 주장 나오는 이유는?

입력
2024.09.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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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중이라 피의자가 기록 볼 수 없고
신문 중 또 다른 피의사실 공표 우려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공판 전 증인신문'이라는 낯선 제도를 활용해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조사한다. 문 전 대통령도 여기에 참석하라는 통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야당에선 정치 보복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공판 전 증인신문은 피의자가 검찰 수사기록을 전혀 보지 못한 채로 절차에 응해야 해, 방어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서울남부지법은 전 청와대 행정관 신모씨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은 △문 전 대통령 △특혜 채용이 불거진 타이이스타젯의 박석호 대표 △조현옥 전 인사수석 △이상직 전 의원(이스타항공 설립자) 등 4명에게 기일 통지서를 발송했다. 신씨의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청구서에는 이들이 피의자로 적시됐다.

공판 전 증인 신문은 참고인이 검찰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 법정에 불러 신문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형사소송법 제22조의 2에 따르면, 범죄의 수사에 없어선 안 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자가 출석 또는 진술을 거부할 경우 검사가 1회 공판기일 전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신문받는 증인의 증언은 조서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피의자의 방어권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리 알지 못하는 내용으로 검찰의 질문을 받을 때, 증인이 제대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이 신문 사항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 검찰의 물음에 피의자가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고, 이것이 그대로 증거가 된다"며 "검찰의 일방적인 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법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당시 검찰이 신문 과정에서 공개하는 자료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재판부는 "증거 조사가 안 된 모든 증거가 나오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일부 규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기도 했다. 이 제도는 유신정권 때인 1973년 검찰의 증거 확보를 쉽게 하자는 차원에서 형사소송법에 도입됐다. 헌재는 1996년 이 제도의 2항 부분(수사기관에 진술을 한 사람이 이전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할 우려가 있고 그 진술이 범죄 증명에 없어선 안 되는 것으로 인정되면 증인신문 청구 가능)을 위헌으로 봤다. 현재는 이 항만 삭제됐고, 제도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야당은 검찰이 시도하는 공판 전 증인신문을 두고 "수사권 남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은 방송에서 "(검찰의 수사는) 전임 대통령에 대한 모욕 주기와 망신 주기, 괴롭히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검사장 출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검찰 수사권 남용'이 쓰인 피켓을 들고 6일 전주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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