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야기’가 필리핀에서 중국을 거쳐 베트남에도 상륙했다. 중국에서는 이재민 수가 120만 명을 넘어섰고, 베트남에서는 최소 14명이 목숨을 잃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8일 베트남 국립수문기상예보센터에 따르면 태풍 야기는 전날 오후 최대 풍속 시속 166㎞로 북부 해안도시 꽝닌성(省)과 하이퐁시를 강타했다. 이 과정에서 항구에 정박해 있던 선박 여러 척이 바다로 휩쓸려 갔다. 강풍과 폭우에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집 안에 있던 일가족이 사망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 공장이 대거 위치한 북부 박닌·박장성과 하이퐁시 등에선 간헐적인 정전이 이어졌고, 강풍으로 창문이 깨지거나 지붕 슬레이트가 날아가는 사고도 속출했다. 야기가 같은 날 저녁 하노이에도 상륙해 도로 곳곳에서는 뿌리째 뽑힌 가로수와 쓰러진 전봇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강한 바람 탓에 간판이 날아가거나 달리던 오토바이가 쓰러지는 등 도로 혼잡도 이어졌다.
베트남 항공 당국은 전날 하노이와 하이퐁 등 4개 공항을 폐쇄했고, 하노이시도 버스와 지하철 등을 포함한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인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기상센터가 8일 오전까지 집계한 사망자만 최소 14명에 달한다. 부상자는 약 176명으로 추산됐다. 태풍 상륙 반나절 만에 3,000채 이상의 주택이 파손됐고, 학교와 공공기관 등도 피해를 입었다. 꽝닌성에서는 선박 25척이 침몰했다. 기상 당국은 “야기는 최근 30년간 (베트남) 동해에서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하다”며 “북부 지역의 26개 성·시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야기는 중국을 두 차례나 강타했다. 6일 오전 하이난섬 원창시 해안에 상륙한 뒤, 같은 날 오후에는 광둥성 쉬원현을 덮쳤다. 풍속 200㎞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야기 상륙 한 시간 만에 일대에선 교통과 통신, 전력 공급이 끊겼고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중국 언론들에는 태풍으로 주차된 차량이 전복돼 세 차례 구르거나, 아파트 유리창이 깨진 사진 및 영상이 잇따라 보도됐다.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한 놀이공원에 설치된 대관람차 탑승차가 풍선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중국 CCTV는 하이난성과 광둥성에서 최소 4명이 사망하고 9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두 지역 주민 122만7,000명은 긴급 대피에 나섰다. 중국 국가홍수·가뭄대응총지휘부는 인명 구조 및 피해 복구를 지휘할 실무팀을 태풍 피해 지역에 파견했다. 중국 정부는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2억위안(약 377억6,4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필리핀에서도 지난 5일 야기가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켜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