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재점화하고 있는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미국 경제가 연착륙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미국의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온 데 대해서도 경기 침체보다는 연착륙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레버리지(차입 투자) 수준이나 자산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등 위험 지표를 봤을 때 상황은 괜찮아 보인다"며 "금융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 상황과 관련, 하방 리스크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위험들이 있지만 (성장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유의미하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대다수가 '연착륙'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몇 달간 미국 일자리 지표 둔화 수치가 발표되고 있으나, 대량 실업 없이 임금이 적절한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데다 소비도 탄탄하다는 게 옐런 장관의 설명이다. 이번 인터뷰는 노변정담(爐邊情談·화롯가에 둘러앉아 편안하게 주고받는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됐다.
옐런 장관의 이 같은 발언들은 지난해 3월 미국 지역은행 위기 이후 미 증시에서 최대 주간 매도세가 기록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전주 대비 4.2%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 시장은 다시 요동치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8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도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의 기대(16만1,000명 증가)를 밑도는 등 고용시장 둔화세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옐런 장관 언급에 대해 "고용 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며 대중을 안심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옐런 장관은 또, 미국과 경제·무역 분야에서 계속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에 다시 갈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양국 간 경제적 관여가 중요하다"며 "나는 확실히 다시 중국에 갈 수 있고, 중국 카운터파트의 방미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도 미중 관계는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두 나라의 이견에 대한 맥락을 파악할 기회가 없다면 긴장은 고조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임기 내 미중 경제 수장들 간 추가 회담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 허리펑 부총리와 회담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제이 샴보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이 조만간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으로 향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