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고 발생하면 모집인이 전부 책임? 중고차 캐피탈사 약관 고친다

입력
2024.09.08 15:30
공정위, 이의제기 금지 등 7개 유형 약관 시정 
"부당한 조항 수정...모집인 3만여 명 부담 감소"

대출 사고 손해배상 책임을 대출모집인에게 전가하고,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막는 등 불공정하게 설계된 중고차 캐피탈 약관이 바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메리츠캐피탈, 비엔케이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제이비우리캐피탈, 케이비캐피탈, 하나캐피탈,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8개 중고차 캐피탈사가 대출모집인과 체결하는 위탁계약서 약관을 심사해 7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고 8일 밝혔다.

모집인은 캐피탈사와 소비자(중고차 구매인)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고, 캐피탈사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대출 중개업자다. 중고차 구매 관련 총대출액 중 71%가 모집인을 통한 대출이다. 지난해 말 기준 569개 법인·개인사업자 2만9,000여 명이 모집인으로 등록돼 있는데, 대출 사고 발생 시 캐피탈사와 모집인 간 책임 분담 등과 관련한 문제가 꾸준히 발생해왔다.

공정위는 중개인인 모집인에게 너무나 많은 책임 전가 조항이 있다고 판단, 불공정 약관 시정을 권고했다. 대출 사고 등으로 인한 손해를 모두 모집인이 책임지도록 규정한 조항이 대표적 예다. A사는 구매자가 캐피탈사에 대한 대출금의 상환을 거부한 경우, 모집인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해 왔다. 공정위는 캐피탈사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모집인이 모두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모집인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시정 대상이 됐다. 공정위는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항변권 등의 권리를 타당한 이유 없이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봤다. 이 외에도 △캐피탈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거나 △위탁업무 또는 담보제공에 수반되는 비용을 모두 모집인이 부담 △해석에 이견이 있는 경우 캐피탈사의 해석에 따름 △캐피탈사가 부당하게 계약해지를 할 수 있도록 함 △모집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부당한 재판관할 합의 조항 등도 수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3만 명에 이르는 중고차 대출모집인의 부담이 줄어들고 중고차 대출 시장의 거래 질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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