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경제 성장 정책인 ‘그린 뉴딜’ 공격을 강화했다.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도 불렀다. 기후 위기 문제에 민감한 일부 유권자를 잃더라도 최대 경합주(州)인 펜실베이니아와 같이 화석에너지 산업 비중이 큰 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24년 미국 대선 판도를 좌우할 10일(현지시간) 첫 TV 토론 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 뉴욕 이코노미클럽 연설에서 “(그린 뉴딜은) 10조 달러 이상의 사기”라며 “내 계획은 그린 뉴딜 종료”라고 말했다. 집권하면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에너지원 대대적 시추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위원장으로 한 정부효율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처음으로 밝혔다. 연방정부 각 부처의 회계장부를 샅샅이 훑는 감사를 통해 낭비성 예산 재정 지출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경쟁 상대 해리스 부통령이 몸담은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 납세자 부담만 키웠다는 메시지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CNN인터뷰에서 “집권 시 셰일가스 추출용 수압 파쇄법(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전기자동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성명도 냈다.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로 이어지는 최대 격전지 '러스트벨트(미국 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를 의식한 에너지정책 우클릭으로 해석됐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TV 토론이 박빙 상태인 대선의 결정적 변수라는 판단에 따라 양측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TV 토론이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주로 일찌감치 이동해 사실상 ‘토론 캠프’를 차렸다. 다만 TV 토론 준비와 지역 유세를 병행하기로 하는 등 6월 TV 토론을 앞두고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두문불출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섰다.
실전 대비용 모의 토론도 진행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보좌관 출신인 필리프 파이너스가 가발까지 쓰고 트럼프 후보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미 NBC방송은 “해리스 부통령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고 트럼프의 인신공격에 끌려가지 않으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별다른 토론 준비를 하지 않는 모습으로 여유를 과시했다. 그는 여러 주를 오가며 현장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압도했던 기억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평생 토론을 준비해왔다”며 “(토론 준비를 위해) 할 일이 많지 않다”고 뉴스위크 등에 말했다.
다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리스 저격수'로 불리는 민주당 출신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을 토론 준비팀에 합류시키는 등 화력을 보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시즌2’라고 몰아세울 것으로 보인다. 인신공격 대신 해리스 부통령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 CNN방송은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이기 때문에 바이든과 같은 공격을 받더라도 대중에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