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7월 7일) 60일 만인 5일(현지시간) 총리로 임명된 우파 공화당 소속 미셸 바르니에는 정책 우선순위로 '이민 정책 변화'를 꼽았다. 그러나 정치 입문 47년 차 베테랑 바르니에 총리가 힘차게 국정을 끌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좌파와 극우 정당이 1, 3위로 과반을 차지한 의회가 불신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바르니에 총리는 이날 취임식에서 "우리는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심각한 시기에 있다. 이 기간을 프랑스인에게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 방향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그는 "며칠 뒤 주요 입법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출입국 관리 및 일상 보안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이민자 수용 제한 강화'로 해석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2021년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3~5년간 비(非)유럽권 출신 이민자 수용을 중단하고 이 기간 동안 망명에 관한 모든 것을 검토하자"고 말하는 등 이민에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취임식에서 그는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 산업 및 농업 역량 재건 등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내각 구성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그를 총리로 임명하며 "통합 정부 구성"을 주문했다. '범여권은 물론, 좌우 양극단을 제외한 정당을 두루 포함하거나 만족시키는 정부를 구성해달라'는 요구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고, 총리가 내각을 구성하는데, 의회는 총리를 포함한 정부를 불신임할 수 있다.
총선에서 4당에 그친 공화당이 마크롱 대통령의 정당인 르네상스와 동거 정부를 꾸리는 것을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1당)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3당)은 못마땅해한다.
내각이 불신임을 받지 않으려면 마크롱 대통령 및 바르니에 총리로서는 전체 577석 중 과반을 차지하는 NFP(182석)와 RN 등 극우 연대 세력(143석)의 협조가 필요하다. 내각 불신임안은 재적의원 과반(289명) 찬성으로 가결된다. 르네상스를 비롯한 여권 연합 앙상블은 총선에서 16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NFP 내에는 불신임 기류가 강하게 흐른다. 1당 NFP가 아니라 의석수가 47석뿐인 4당 공화당에서 총리를 배출하는 건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게 NFP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RN은 바르니에 총리가 조만간 발표할 구체적 정책을 확인한 뒤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여러 당이 정부를 구성하면 국정 운영 주도권을 계속 마크롱 대통령이 쥐게 될 것'이라는 불만도 야당 내에 상당하다.
바르니에 총리는 "모든 정치 세력을 존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뒤 취임 직후부터 정부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야당이 거부할 수 없도록 다양한 배경의 인사를 내각에 포함하고자 골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