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드리블로 왜 위기를 자초하나. 빈 공간 팀원들부터 살피는 게 우선이잖아.”
팀플레이와 동떨어진 움직임으로부터 분출된 지적은 따끔했다. 개인적인 욕심이 팀의 최우선 선결 과제인 조직력 강화엔 치명상만 가져올 것이란 날카로운 시각에서다. 중요한 일전을 앞둔 만큼, 팀워크에서 벗어난 행동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단 냉철한 판단도 깔렸다. 세계 대회 참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1일 정재훈(51) 감독의 지휘 아래, 막판 담금질에 한창인 K인라인하키 주니어 국가대표팀 실전 훈련 현장에서 쏟아진 질책성 진단이 그랬다. 정 감독의 쓴소리는 이날 경기 기흥구 영덕동 영덕레스피아 인라인하키장에서 한 클럽팀과 오전 9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치러진 연습경기 내내 쏟아졌다. 정 감독은 “세계 대회에선 조그마한 방심도 용납될 수 없다”라며 “결국, 사소한 실수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경기 승패도 좌우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K인라인하키 주니어 국가대표팀이 세계 최고 무대에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부터 예정된 ‘월드스케이트 게임즈 이탈리아 2024’ 대회의 인라인하키 종목에 참가, 세계 강호들과 본격적인 진검승부가 예고되면서다. 15일까지 진행될 이 종합세계선수권대회의 인라인하키 분야엔 모두 22개국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자웅을 다툰다. 7일 현지로 떠날 K인라인하키 주니어 국가대표팀은 아시아 최강인 대만을 포함해 나미비아 및 프랑스 등과 동일한 예선조에 편성됐다. 2년 마다 개최 중인 ‘월드 스케이트 게임즈’는 지난 2017년 시작된 ‘월드 롤러 게임즈’의 전신으로, 인라인하키와 스케이트보드, 롤러 더비, 스피드 등을 비롯한 12개 분야 종목에서 최종 우승팀까지 결정된다.
관건은 역시 첫 단추다. 9일 맞대결을 펼칠 나미비아와 첫 게임 승부 결과에 따라 이번 대회의 전체 향방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물론, 대만이나 프랑스와 대등한 실력을 가진 나미비아가 한국에게도 버거운 전력임엔 분명하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구성된 K인라인하키 주니어 국가대표팀이 엘리트 전문 선수 중심으로 탄탄하게 구축된 다른 나라 대표팀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상 뒤처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퍽은 둥글다. 기회는 충분하단 얘기다. 이에 기선 제압부터 서둘러야 할 K인라인하키 주니어 국가대표팀 입장에서 1차전 맞상대인 나미비아는 반드시 잡아야 할 난적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2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선배들의 이 대회 8강 진출 성과 이상을 장담하긴 어렵다. 만약 1차전에 패하고 기세까지 꺾인 상태에서 마주할 세계 4강 수준의 대만이나 프랑스는 더 어려울 게 뻔하다. 그만큼 나미비아와 맞대결이 중요한 셈이다. 특히 내년 충북 제천에서 개막될 ‘제20회 아시안 롤러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개최국 위치까지 고려할 경우, 이번 세계 대회의 최종 결과와 직결될 1차전 선전은 더더욱 절실하다.
국내 인라인하키가 직면한 현실적인 고민도 이번 세계 대회 성적표와 무관치 않다. 상설 경기장 부족 등으로 저변 확대와 사회적 거리두기 상태인 인라인하키의 생활 속 흡수를 위해선 세계 무대에서 가져온 깜짝 성적만한 호재도 드물다. 4년 전, 오픈된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레스피아내 인라인하키 경기장이 최근 시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붕 시설 추가와 바닥 보강 공사 등으로 무더운 여름이나 우천시에도 이용 가능한 상태로 개선됐지만 주변에서 이런 수준의 경기장을 수소문하기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영덕레스피아 인라인하키 경기장 또한 수도권내 5개 청소년 클럽팀이나 2~3개의 성인팀 등과 공유되면서 이번 세계 대회를 준비했던 K인라인하키 주니어 국가대표팀 훈련 시간 배정조차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선수들도 이런 정황에 대해선 공감하는 눈치다. “국내에서 인라인하키는 아직도 비인기 종목이거든요. 인라인하키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팀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현지 출국에 앞서 만난 K인라인하키 주니어 국가대표팀 주장인 김선준(17) 선수의 다부진 각오에선 인라인하키 대중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