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끌어 온 세계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시장에 아너와 모토로라 등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가 다수 진출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중국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얇은 두께를 내세워 서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삼성전자가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인공지능(AI) 응용 서비스도 빠르게 모방하고 있다.
아너는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4 개막을 앞두고 폴더블 스마트폰 '매직 V3'의 세계 시장 출시를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매직 V3은 접었을 때 두께가 9.2㎜, 무게는 226그램이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6(12.1㎜)는 물론 샤오미의 믹스 폴드 4(9.47㎜)보다도 얇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2023년에도 삼성전자의 폴더블폰과 비교해 얇은 두께를 내세웠지만 내구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너 측은 이런 지적도 의식한 듯 "다른 플래그십 바(Bar)형 스마트폰에 비해 충격 저항성을 40배 높이고 최대 50만 회 접힘을 버틸 수 있는 내구성 인증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로 치고 나간 AI 서비스도 뒤따르고 있다. 아너는 이날 구글 클라우드와 협업을 발표하면서 AI로 사진의 일부를 지울 수 있는 기능이나 실시간 통역 기능 등을 도입했다고 알렸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새로운 플래그십 기기를 통해 소비자가 마법 같다고 느낄 AI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너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의 자국 외 시장 공략은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공개한 스마트폰 출하량 추적 결과를 보면, 아너는 올해 2분기(4~6월) 서유럽 폴더블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레이저 40' 시리즈를 앞세운 모토로라는 북미와 남미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비보는 6월 폴더블폰을 인도 시장에 처음 내놨다. 샤오미의 경우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공개한 '믹스 폴드 4'를 해외에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3분기에는 갤럭시 Z 신제품을 앞세운 삼성전자가 다시 선두를 차지하겠지만 비중은 이전처럼 압도적이진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삼성전자 또한 중국발 '두께 경쟁'에 응수할 태세다. 업계에선 갤럭시 Z 폴드6보다 더 얇은 특별판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시장에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 특별판의 출하량이 10만 대 정도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