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엇박자·당국 갈등설·시장 혼란'... 진화 나선 금융위원장

입력
2024.09.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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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은행 대출 방안 개입 필요성 강조
'실수요자 보호' 주문에 '규제 완화하나' 혼선 
김병환 "은행 자율로 관리해야" 교통정리
제각각 대출 정책으로 시장 혼란 우려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를 두고 불거진 정책 혼선과 당국 갈등설, 이에 따른 시장 혼란을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6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우리 정부가 가진 일관된 입장은 가계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낮춰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전체적인 맥락에서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엔 김 위원장을 포함해 최상목 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 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이 이 원장을 언급한 건 최근 이 원장이 '은행별로 제각각 추진하고 있는 대출 관리에 당국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금융당국 간 엇박자 행보가 보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원장은 4일 "1주택자라도 자녀 결혼 목적 등 다양한 경우의 수에 따라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가 있을 텐데 기계적이고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하다"며 "효과적이면서도 실수요자들을 보호할 방법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날 '은행이 자율적으로 가계부채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실수요의 정의를 일률적으로 정부가 정할 수 없다"며 "현장에서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에서 리스크 수준, 차주의 특성 등을 스스로 평가해 투기적 수요를 먼저 제한하는 등 상황에 맞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 행보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갈등설에는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장은 실수요와 관련한 어려움에 대해 은행 차원에서 관리나 고려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단편적으로 보면 메시지가 서로 충돌되거나 혼선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인식에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를 두고 '정책 실패'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이 원장 발언으로 비롯된 정책 혼선과 함께 금융위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도입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연기하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했다고 지적한다. DSR 2단계 시행을 앞둔 지난달에만 가계대출이 9조 원 이상 늘었다.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 채무 부담 완화 방침과 부동산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바람직한 정책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각자 상황에 맞게 대출 관리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은행별로 상이한 대출 방안이 나오면 현장에선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 원장이 당초 은행권을 대상으로 조율에 나선 것도 이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각자 판단해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가 금감원장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지 이틀밖에 안 됐다"면서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가계대출 방안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똑같은 대책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불편함도 가계부채를 안정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